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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전작권 늦어지면 조건 수정”…정권 일정을 안보 보다 우선시하나

軍“전작권 늦어지면 조건 수정”…정권 일정을 안보 보다 우선시하나

Posted October. 10, 2020 08:01,   

Updated October. 10, 20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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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이 요원해지거나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지연될 경우 전환 조건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 의장은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내년 전반기에 실시하자고 미국에 제의했다”며 “‘X년(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점)’이 정해지면 타임베이스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군 최고 수뇌부가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필요한 핵심 조건의 충족보다는 특정 시점을 목표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이 전작권 조기전환 협의를 벌이면서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한반도 안보환경 등 3대 조건을 유지한다는 정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14일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코앞에 두고 나온 조건 수정 언급은 어떻게든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목표를 맞추는데 최대의 방점을 둘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신형 비행기를 제작하면서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출고일만 맞추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할 미래연합사령부 운용 검증 작업을 3단계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미 본토의 군인들이 불참해 하계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면서 FOC 검증이 무산됐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내년 전작권 전환이 어렵다고 밝힌 것도 필수 과정만큼은 구색맞추기 식으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필수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지 않고 있는데도 우리 군만 조급증에 빠져 검증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전작권 전환은 6·25 전쟁 이래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다져온 우리 안보의 근본 틀을 바꾸는 중대한 변화다.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 본토에서 수십만의 병력이 동원되고, 한미 양국군은 일사불란한 단일 지휘체계로 움직여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해 연합방위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와 동맹체들은 전쟁발발시 미군 사령관에게 지휘권을 넘겨 단일지휘체계를 구축하지만 우리는 전시에도 한국군이 작전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만큼 사전 준비와 전제조건 충족에 조금의 미진함도 있어선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쉽게 거론하는 등 불확실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북한은 신형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전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의 졸속 전환은 우리 안보에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정책 목표라해도 국가의 명운이 달린 안보정책은 한 치의 실수나 조그마한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 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신중히 추진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의 정치적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추진하는 건 자해행위와 다르지 않다. 임기 내 업적에 추가하겠다는 욕심과 집착으로 안보 문제를 정치도구화 하려다 안보에 구멍을 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