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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지원 불만 무마용 통신비 지원...원칙도 소신도 팽개친 재난지원

선별지원 불만 무마용 통신비 지원...원칙도 소신도 팽개친 재난지원

Posted September. 10, 2020 07:42,   

Updated September. 10, 20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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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마련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중 일부를 떼어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명목으로 2만 원씩을 나눠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비대면 활동이 많아져 늘어난 휴대폰 요금을 추경으로 메워준다는 명분이다. 어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의 요청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제 여당은 만 17∼34세 및 50세 이상 국민에게 2만 원씩 6600억 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대상자는 국민의 63%인 3287만 명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고 대상에서 배제된 국민들 사이에서 “나는 왜 빠지나”라는 불만이 제기되자 하루만에 ‘13세 이상 전 국민 일괄지급’으로 대상과 규모를 대폭 확대해 청와대의 재가를 받은 것이다.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요구하는 당내 인사와 지지층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7조 원대 4차 추경 중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조 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2조 원을 선별지급하고 나머지를 통신비, 아동 특별돌봄 지원비 등으로 나눠줘 보편성을 보완한다는 발상이다. 불과 며칠 전 이 대표가 “재난의 고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며 밝힌 선별지급 원칙과 앞뒤가 도무지 맞지 않는다.

 2차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론이 없다. 그러나 거듭되는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해 국가 신인도 하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회원국에 비해 한국 재정이 건전하다는 점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마저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전 국민에게 통신비를 나눠주는 건 하락한 지지율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여당 정책위의장도 며칠 전 전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포퓰리즘이 완전히 아니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

 피해가 큰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미취업 청년들을 우선 지원하는 건 상식을 갖춘 국민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이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만을 잠재우겠다며 전액 빚을 내 만든 재원을 잘게 쪼개 온 국민에게 살포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Joong-Hyun Park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