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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엽기 그림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한글, 엽기 그림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Posted October. 02, 2017 07:33,   

Updated October. 02, 20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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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한글 교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東京) 코리안타운 신오쿠보의 강의실에선 ‘일러스트로 알게 되는 첫 한글’ 책 출판 기념행사가 열렸다. 저자인 핫타 야스시(八田靖史·41) 씨와 오카마 유키에(大釜雪繪·47) 씨는 한국 마니아들 사이에서 각각 음식과 쇼핑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유머러스하고 엽기적(?)인 그림으로 한글의 모양을 기억하게 한다는 점이다. 가발을 쓴 남성의 머리 모양으로 ‘ㄱ’을, 바니걸의 모자로 ‘ㅂ’을, 팬티를 돌리는 캐릭터로 ‘ㅃ’과 ‘ㅍ’을 표현하는 식이다. 일러스트마다 스토리를 더해 쉽게 기억하게 했다.

 핫타 씨는 “일본인이 한국어를 처음 공부할 때 제일 큰 장벽이 생소한 한글의 모양”이라며 책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책은 8월 말 출간 즉시 아마존 등에서 한국어 교재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책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 음식 전문가 핫타 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식과 한국어에 관한 책을 20여 권 썼다. 그런데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상륙 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집필 의뢰가 뚝 끊겼다. 그는 “2013∼2015년에는 한국과 관련된 어떤 기획도 통과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무조건 팔리는 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hime’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오카마 씨를 찾았다. 둘은 함께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가 2015년 말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 내에서 10대를 중심으로 한국 패션과 케이팝(K-pop)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 혐한 시위로 발길이 끊겼던 신오쿠보에도 사람이 다시 몰리게 됐다.

 이번에 책을 낸 다카하시서점의 가메이 미키(龜井未希) 씨는 “2013년 이후 한국어 교재 출판을 중단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예전에 냈던 한국어 교재가 다시 팔리기 시작하는 걸 보고 새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또 “검토 결과 사내 반응이 좋아 어학 교재로는 많은 1만1000부를 찍었는데 판매도 순조롭고 평가도 좋다”고 덧붙였다.

 핫타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전후에 태어나 한국에 친근감을 가진 이들이 소비 계층이 됐다. 중고교에는 반마다 한국을 좋아하는 그룹이 형성돼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본업인 한식 관련 일도 늘고 있다. 경북과 영주 홍보대사이기도 한 핫타 씨는 이달 중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송이버섯을 먹는 대구 미식여행을 기획했다. 다음 달에는 전주비빔밥 투어를 간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