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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로맨스 영화, 日가고 대만 떴다

Posted May. 17, 2017 07:24,   

Updated May. 17, 20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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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라면 “오겐키데스카(잘 지내나요)?”로 대표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년)를 떠올릴 것이다. 소년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당시 115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러브레터뿐만 아니라 ‘4월 이야기’(1998년) ‘철도원’(1999년) 등은 풋풋하고 순수한 감성을 담아낸 대표적 로맨스 영화였다. 모두 일본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렇게 일본이 주름잡던 로맨스 영화 시장에 ‘대만산(産) 청춘영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화장기 없는 민낯의 교복 입은 남녀, 푸른빛이 감도는 풍경 속 자전거들,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짓과 표정…. ‘영원한 여름’(2006년)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 ‘청설’(2009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년) ‘나의 소녀시대’(2015년), 그리고 11일 개봉한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까지. 대만에서 건너온 청춘영화가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세대 청춘영화라 할 수 있는 ‘영원한 여름’의 관객 수는 4507명에 그쳤지만 저우제룬(周杰倫)이 연출·출연해 화제가 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9만 명이 넘게 봤다. 2016년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는 40만9689명의 관객몰이를 하는 등 정점을 찍었다.

 대만에서 청춘영화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건 2000년대 이후부터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을 거치며 대만 정부는 자국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검열도 완화됐다. ‘광음적고사’(1982년) ‘샌드위치 맨’(1983년)으로 촉발된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허우샤오셴(侯孝賢) 같은 감독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대만의 사회와 역사, 정치를 반추하는 걸작이 다수 탄생한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상업성이 약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시장을 잠식했다. 자국 영화 제작 환경이 위축됐고 소자본·소규모로 짧은 기간 내 큰 위험 없이 제작할 수 있는 청춘영화가 이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대만 청춘영화는 작위적이고 유치한 설정이 다분하지만 청춘을 소재로 하므로 ‘추억 마케팅’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대만 특유의 아름다운 날씨와 풍경도 청춘영화가 인기를 끄는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