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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큐 삼성’ 트럼프 트윗에…발칵 뒤집힌 삼성

‘생큐 삼성’ 트럼프 트윗에…발칵 뒤집힌 삼성

Posted February. 04, 2017 07:10,   

Updated February. 04, 20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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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와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을 주로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 공장에서 생산해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관세가 없고 미국 국경 인근이라 물류 이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20% 폭탄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뒤로 비상이 걸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국가 간 관세는 일반적으로 한 자릿수 개념이었기 때문에 20%는 정말 충격적인 숫자”라고 했다.

 그렇다고 중국 등 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LG전자 세탁기가 월풀 등 미국 업체에 피해를 입혔다며 최종 덤핑 판정을 내렸다. 나날이 강화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보더라도 미국 내에서 생산을 강행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일단 문제가 시급한 세탁기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미국 명품 가전 브랜드인 데이코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용지 매입부터 주 정부와의 협상 등 복잡한 절차가 많아 아직 내부 검토 단계다.

 트럼프가 삼성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압박에 나서자 LG전자 등 다른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가전제품 매출의 30%를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LG전자는 올해 상반기(1∼6월)에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 타당성 검토를 마친 뒤 설립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LG전자가 제시한 올해 상반기까지 트럼프가 기다려 줄지는 미지수다.

 LG전자 북미법인이 이달 7일 뉴저지에서 ‘신사옥 착공식’ 행사를 갖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조촐하게 하자던 분위기가 미국 내 투자 압박이 노골화되면서 ‘LG가 미국에 깊게 뿌리박은 회사’라는 점을 인식시키자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래서 착공식 행사 규모를 키우고, 미국 언론에 대한 홍보도 강화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한편 산업계 일각에선 ‘한국 대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은 거세지는데 탄핵 국면 속 한국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이 정비되지 않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한국 정부는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중요한 카드로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계획’을 숨겨두고 싶을 것”이라며 “정부가 몇몇 기업에 ‘개별적으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전했다.



서동일 dong@donga.com ·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