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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몸값, 귀신같이 맞춘 이승엽

Posted January. 26, 2017 07:04,   

Updated January. 26, 201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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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억 원이면 딱 좋겠네요.”

 신년 인터뷰를 위해 이달 초 대구에서 만난 이승엽(41·삼성)은 대뜸 이대호(35·롯데) 얘기를 먼저 꺼냈다.

 당시만 해도 이대호의 거취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 복귀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이 더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이승엽은 “대호는 롯데 안 옵니까. 대호 같은 선수가 와야 한국 야구에 훨씬 도움이 되는데…”라고 했다.

 기자가 “아무래도 몸값이 관건이 아니겠느냐”고 하자 이승엽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놨다. “대호는 일본에서 연봉 5억 엔, 한국 돈으로 약 50억 원짜리 선수입니다. 롯데가 4년에 200억 원을 주면 오겠지만 사실 부담되는 금액이지요. 하지만 롯데는 최선을 다하고, 대호도 좀 양보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100억 원과 200억 원의 중간쯤인 150억 원이 딱 좋네요.” 그때는 웃고 넘겼지만 이승엽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롯데와 이대호가 24일 전격적으로 4년 150억 원에 합의한 것이다.

  ‘국민타자’란 별명을 가진 이승엽과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들이지만 둘이 동시에 KBO리그에서 뛴 적은 거의 없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2004년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했는데, 이승엽은 그해부터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승엽이 국내로 돌아온 2012년 이대호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가대표팀에서 만나 끈끈한 인연을 쌓았다. 이대호는 “승엽이 형처럼 항상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승엽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기 때문에 둘이 같은 무대에서 뛰는 건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올해는 1루수로 나간 이승엽이 1루에 출루한 이대호의 엉덩이를 툭 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