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트럼프 폭풍, 한국은 무방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몰고 올 외교안보적 파고에 한국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한계가 뚜렷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외교안보 현안을 등한시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유엔 주재 대사와 경제·외교안보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동북아·한반도 정세 점검 및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황 권한대행은 “주변국에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고 있음을 설명하고, 북핵 문제 등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들 대사와 주요 실국장 회의를 열고 “정책의 일관성,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정책의 변함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라는 불확실성과 ‘북한 리스크’ 고조라는 상황을 보면 외교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예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난 뒤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는 대화할 시기가 아니다”며 낙관론을 펼쳤지만 불과 사흘 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동맹도 의무를 인정하라”며 방위비 이슈 공론화를 선언했다. 이러는 사이에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일본 도요타가 멕시코에 미국 수출용 공장을 건설하면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강조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진의를 파악하느라 비상이 걸리는 등 한국 기업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는 전례와 달리 취임 첫날부터 시간표를 정해 놓고 속도감 있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조기에 한반도 정책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없는 셈이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 등 사회 모든 분야가 트럼프 시대의 이중삼중 파고에 맞서 집단지성을 모으는 비상한 준비 태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 · 우경임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