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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 국내 기업 ‘한국 탈출’ 막을 수단은 있나

트럼프 압박에 국내 기업 ‘한국 탈출’ 막을 수단은 있나

Posted January. 09, 2017 07:05,   

Updated January. 09, 201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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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이기주의가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5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일본 도요타가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한다는데 어림없다, 공장을 미국에 짓든지 국경세를 내라”고 한 경고가 발단이다. 도요타는 즉각 “트럼프 정권과 함께 자동차산업에 협력하고 싶다”는 성명으로 꼬리를 내렸다. 6일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인 ‘CES 2017’ 행사에서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여부를 상반기 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멕시코에서 싸게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한다고 해서 부가가치세 성격의 국경세를 매기는 것은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트럼프 국경세의 불합리성을 따지기 보다는 도요타가 미국에서 많은 자동차를 생산 중이고 미국 내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트럼프 정권에 대적하다가는 감당하기 힘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힘의 논리를 간파한 것이다.

 기업의 생산기지는 세금 뿐 아니라 입지와 영업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따라서 LG전자의 북미공장 건설계획이 트럼프의 발언 때문에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혜택을 주고 다른 나라에 공장을 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트럼프 정권의 전술이 기업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대기업 뿐 아니라 국내에 있던 다른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려 한다면 일자리와 세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8일 폐막한 CES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주행차를 필두로 증강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의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었음을 입증했다. 중국의 스마트카와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은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기술융합과 초연결성의 4차 산업혁명 세상에서 우리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와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안팎의 악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는 2013년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했지만 이 법 적용으로 국내로 돌아온 중소기업은 80여 곳에 그쳤다. 대기업 중에선 LG전자 정도만이 일부 시설을 국내로 돌렸다. 야권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지만, 기업이 빠져나가면 법인세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딴 나라에 내야 한다. 아직도 정치권만 딴 세상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