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통령의 옷 값

Posted December. 09, 2016 07:11,   

Updated December. 09, 2016 07:22

ENGLISH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메리 토드 여사는 옷값을 감당하지 못해 백악관에서 쓰려고 사둔 비료를 내다팔려고까지 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디자이너의 옷을 빌린 뒤 안면몰수하고 돌려주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퍼스트 레이디라서 사야 하는 옷이 너무 많았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의 회고를 들어보면 여성 지도자에게 옷은 의식주의 일환이라기보다 정치행위다.

 ▷이명박 전 대통령, 영국 찰스 왕세자,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옷을 만들었던 ‘장미라사’ 이영원 대표는 옷을 은쟁반에, 사람을 금사과에 비유했다. 옷 자체가 너무 화려해선 안 되고 세련된 절제미를 통해 사람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미국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랄프로렌의 정장수트를 입고 아메리칸드림 이미지를 강조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간판도 없는 샘플실에서 비전문가가 비선 실세의 지시로 만든 옷을 입고 해외순방 길에 나섰다. 은쟁반의 절제나 금사과의 품격이 배어났는지는 회의적이다.

 ▷그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출석한 고영태 씨는 1500만 원 상당의 가방, 3000만 원 상당의 옷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최순실 씨가 자기 지갑에서 돈을 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옷이 370벌이고 이걸 청담동 의상실 시세로 환산해 7억 원이 넘는다는 추계까지 나왔다. 최 씨가 특혜를 바라고 대통령에게 옷과 가방을 사준 것이라면 금액과 별개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는 뇌물죄가 성립한다.

 ▷청와대는 어제 옷 대금과 관련해 “용도에 맞게 정확히 지급했다”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개인용도 있고 공식행사용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은 사비와 청와대 공식경비가 자금 출처라는 의미다. 그러나 고가의 옷값을 사비로 댔다면 대통령의 재산이 해마다 3억4000만 원씩 증가한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공식경비로 옷값을 냈다면 민간인인 최씨가 예산을 집행한 셈이 된다. 청와대가 어설픈 해명으로 의문만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