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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조기퇴진 우왕좌왕 정치권, 국정공백 이대로 둘 건가

탄핵•조기퇴진 우왕좌왕 정치권, 국정공백 이대로 둘 건가

Posted December. 02, 2016 07:14,   

Updated December. 02, 20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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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하고 야당과 협상하기로 했다. 비박(비박근혜)계도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받아들이면 대통령 탄핵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야3당 대표가 ‘2일 탄핵 소추안 표결’을 놓고 논의했으나 국민의당이 “비박계 찬성 없는 표결은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어제 발의를 거부해 합의가 불발됐다. 탄핵 발의는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이상)가 필요해 더불어민주당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0월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국정공백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국회는 어떤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 달여 대한민국 정치권이 보여준 우왕좌왕과 무능은 어떤 말로 비판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박 대통령에게 2선 후퇴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국정을 넘기라고 요구해놓고, 막상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자 총리 추천도 합의하지 못했다. 정국 주도권을 쥔 제1야당은 선거가 빠를수록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실현 가능성도 없는 ‘즉각 퇴진’에 매달리다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과 절차를 국회에 일임하자 협상을 거부했다.

 탄핵 가결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조율을 거친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 제안에 탄핵 대오가 흔들렸다. 대통령이 탄핵 당하면 폐족(廢族·벼슬 할 수 없는 족속)이 될 운명이었던 친박은 ‘4월 퇴진’을 기사회생의 노림수라도 되는 양 붙들고 있다. 3당인 국민의당은 거중조정 역할을 못하고 중구난방(衆口難防)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사유화를 막지 못한 정치세력들이 자숙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정략만 난무하니 누가 어떤 방안을 내놓아도 정치적 술수라는 의심을 받는다. 

 정치권이 국정공백으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정국 수습은 하루가 급하다. 여당이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한 이상 야당은 여당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당초 탄핵소추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12월 9일 직전까지 협상을 벌여 퇴진 일정과 절차, 대통령 퇴진 이후 차기 대선을 관리할 과도내각의 총리에 합의하고 대통령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소추를 하는 것이 정도다. 여야가 퇴진 협상을 벌인다며 헌법적 정당성을 잃은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질질 끌어선 안 된다. 임기 단축에 부정적이었던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수용한 것은 탄핵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개헌이나 검찰수사 수용 등에서 이미 수차례 말을 뒤집은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친박의 정치적 재기를 막고 역사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도 협상과 탄핵절차를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박제균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