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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뒤흔드는 29세 명장 ..청바지 즐겨입는 나겔스만 감독

분데스리가 뒤흔드는 29세 명장 ..청바지 즐겨입는 나겔스만 감독

Posted November. 19, 2016 07:07,   

Updated November. 19, 201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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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는 20대 감독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1부 리그)를 흔들고 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의 호펜하임을 지휘하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사진). 올해 29세로 분데스리가 현역 감독 중 최연소다. 1976년 24세로 자르브뤼켄을 지휘한 베른트 슈퇴버에 이어 분데스리가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감독이다. 30∼50대인 호펜하임의 코치들은 말할 것도 없고, 팀의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오이겐 폴란스키(30)보다도 어리다. 그런데도 나겔스만이 이끄는 호펜하임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5승 5무(승점 20)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겔스만이 호펜하임의 지휘봉을 잡은 건 지난 시즌 중반을 넘어선 올 2월이다. 건강이 안 좋아 물러난 후프 슈테벤스 감독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 호펜하임의 성적은 2승 8무 10패로 강등권인 17위였다. 18개 팀이 겨루는 분데스리가에서는 17, 18위가 다음 시즌 강등된다.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이 1부 리그 감독 경험이 없는 나겔스만을 사령탑에 앉히자 팬과 독일 언론들은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나겔스만은 감독 부임 후 14경기에서 7승 2무 5패를 기록하며 팀을 15위로 시즌을 마치게 하며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다.

 수비수 출신인 나겔스만은 선수 시절 1군 무대에서 뛴 적이 없다. 부상으로 21세 때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은 뒤에는 비디오 분석관과 스카우트, 프로팀 산하 유소년팀 감독으로 축구와 인연을 이어왔다. 비디오 분석관과 스카우트 시절의 경험은 그의 지도자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겔스만은 특정 전형(포메이션)이나 전술에 얽매이지 않는다. 상대팀의 경기를 비디오 분석으로 철저하게 연구한 뒤 그때그때 맞는 전술과 선수를 기용한다. 나겔스만이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겔스만은 팀 전술훈련 때도 드론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촬영하게 한 뒤 분석 자료로 활용할 만큼 비디오 분석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수 발굴 능력도 뛰어나 2부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영입해 올 시즌 팀의 주전으로 키웠다.

 나겔스만은 유럽축구연맹 지도자 자격증의 최고 등급인 A급 자격증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이미 프로 1부 리그에서 뛸 정도의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프로 지도자는 선수들과 교감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도 철학을 밝혔다. 나겔스만의 호펜하임은 20일 함부르크를 상대로 개막 후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에 도전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