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전격Z작전’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에는 슈퍼카 ‘키트’가 나온다. 곤경에 빠진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가 “도와줘 키트”라고 외치는 순간이 이 미드의 하이라이트다. 마이클이 스마트워치로 지시하면 키트는 어디선가 나타나 악당의 앞을 가로막아 선다. 드라마 속 키트 제작사의 명칭이 ‘나이트 인더스트리 2000’인 것을 보면 당시 작가들은 2000년에는 인공지능이 완벽하게 구현될 것으로 본 모양이다. 주말 오후가 지루했던 80년대 청소년들은 키트를 보면서 자동차가 친구가 되는 미래를 꿈꿨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24가지 기술 가운데 자율주행자동차를 12번째로 꼽았다. 테슬라가 일부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고 구글이 2020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려 한다니 멀기만 한 미래는 아니다. 스마트폰이 데이터와 자산을 한데 모아 사람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소화하는 방식을 바꿨다면 자율주행차는 교통물류시스템과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그제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업체인 하만을 9조 원에 인수키로 했다. 자동차 오디오분야 세계 1위, 차량 무선통신 분야 세계 2위인 하만 인수로 도로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미래의 자율주행차가 엔진 없는 전기차 형태라면 차체를 만드는 자동차회사보다는 전장업체가 더 실속이 있다. 삼성이 “이번 인수합병(M&A)이 완성차시장 도전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은 굴뚝산업 방식의 자동차회사에는 흥미가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삼성전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16건의 대형 M&A에 나섰다. 의료기기,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인공지능 플랫폼 등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무리한 M&A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등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고리를 끊고 M&A 이후의 비전을 보이기 바란다. 재벌 3세 경영에 대해 우려에 답해야 한다.

홍 수 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