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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명성황후’

Posted October. 21, 2016 07:10,   

Updated October. 21, 20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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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국모 가운데 ‘명성황후’처럼 작품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또 있을까. 조선 말기의 왕비로 일본에 의해 죽임을 당한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 있다.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작품은 현재까지 발견된 명성황후의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는 사실을 모티브로 한다. 명성황후가 남편인 고종,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달리 자신의 얼굴이 남겨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 이유와 일본군의 ‘여우사냥’ 작전이 엇갈린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엉뚱한 피해자를 낳았다는 픽션이다. 여기에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등 역사적 사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전개된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변화는 명성황후 역의 배우 교체다. 2013년 초연 당시 선 굵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차지연 대신 ‘위키드’ ‘지킬앤하이드’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김선영이 새로운 명성황후로 발탁됐다. 김선영은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을 선보이며 ‘잃어버린 얼굴 1895’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출가 이지나의 연출력도 돋보였다. 극 초반 제의 느낌의 흰색 옷을 갖춰 입은 앙상블 배우들이 명성황후의 혼을 달래며 군무를 추는데, 이들의 춤이 무대 바닥에 반사돼 마치 호수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을 줬다. ‘가무극’이라는 장르 정체성이 100%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대원군과 명성황후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고종의 위치를 3단 구조의 무대를 활용해 설명하는 장면도 탁월했다. 경복궁 전경을 영상을 통해 구현해 낸 것 역시 세련미를 더했다.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8만 원, 02-523-0984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