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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민정수석, 국회 출석 거부할 거면 사퇴하라

우병우 민정수석, 국회 출석 거부할 거면 사퇴하라

Posted October. 19, 2016 07:36,   

Updated October. 19, 20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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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7일 국정감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대검에서 (청와대에) 사후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법무부의 양식을 믿어 달라”고 했지만 수사 받는 사람이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것은 절차의 정당성에 어긋난다. 어제 국감에서는 “우 수석에게 직접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민정수석실은 검찰 파견자들을 통해 중요 사건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어느 국민이 이런 수사를 신뢰하겠나. 직무에 충실한 법무장관이라면 진즉 대통령에게 우 수석의 사퇴를 건의했어야 옳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달 안에 우 수석 관련 수사를 마무리한다고 하지만 ‘혐의 없음’이란 결론을 낼 것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우 수석 관련 혐의는 처가의 1300억 원대 서울 강남땅 특혜 거래,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횡령·배임, 처가의 기흥골프장 인근 땅 토지 차명 보유, 의무경찰 아들의 서울경찰청 ‘꽃 보직’ 의혹 등이다. 이런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검찰은 부인의 자택 사무실 휴대전화조차도 압수 수색하지 않았다. 애초에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고 결론도 이미 나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특별감찰관제도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민정수석은 국민생활과 민심을 살피며 정권 고위층을 검증하고 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관리하는 자리다. 우 수석은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주식뇌물’을 받았다는 진경준 전 검사장의 인사검증에 실패한 것이나,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한 최순실 씨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 검찰은 피고발인만 80명이 넘는 미르·K스포츠 재단 고발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부동산 사건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해 수사 의지가 약해 보인다. 우 수석과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21일 당사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직접 이런 의혹들을 따질 작정이지만 청와대는 “민정수석의 국회출석은 전례가 없다”고 거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이 출석한 전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김기춘 비서실장이 김영한 전 민정수석에게 출석을 지시했으나 거부하자 사퇴를 수리한 바 있다.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마저 출석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우 수석의 출석 거부는 국회 무시에 해당한다. 우 수석과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은 박 대통령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우 수석은 떳떳하다면 국회에 출석하든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사퇴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