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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총장” 비판에…‘상선약수’ 또 꺼낸 반기문

“최악 총장” 비판에…‘상선약수’ 또 꺼낸 반기문

Posted October. 17, 2016 07:43,   

Updated October. 17, 20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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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꺼내 들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이 표현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반 총장은 14일 미국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미주한인위원회(CKA) 주최 ‘전미 한인 리더십 콘퍼런스’ 특별 연설에서 “상선약수는 내 좌우명”이라며 “물은 지혜와 유연함, 부드러운 힘을 상징한다. 물은 생명이자 평화, 그리고 인간 존엄성”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엔을 이끌면서 이러한 덕목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8월 54세 생일을 맞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찾아가 이 글씨 옆에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한자로 ‘오파마(奧巴馬)’라고 적은 휘호를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말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상선약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 전역에서 모인 교포를 대상으로 한 대중 연설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반 총장이 다시 이 표현을 꺼내든 것은 퇴임을 앞두고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며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절하하는 외국 언론의 잇따른 보도에 대해 동양적 리더십 덕목으로 맞대응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퇴임 후 예상되는 대선 행보를 앞두고도 ‘최악 총장’이라는 말이 퍼지는 게 불리한 만큼 나름의 대응 논리를 만들어 가는 중에 이를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연설 직전 특파원들과 만나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내년 1월 중순에 한국에 간다. 오늘은 다른 목적으로 왔다”고만 밝혔다.

 앞서 반 총장은 연설 전 메릴랜드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여러분이 큰 조직을 이끌고 싶다면 자기만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 말로만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고 하면 아무도 당신을 따르지 않는다”며 “이건 내 스타일인데 만약 직원이 8시간 일한다면 당신은 9시간 일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전을 실행할 때는 ‘이게 내 비전이다’라고 사람들 앞에서 명확하고 아주 크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