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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예산으로 유람 가고 기초연구 홀대하면서 노벨상 바라나

R&D예산으로 유람 가고 기초연구 홀대하면서 노벨상 바라나

Posted October. 14, 2016 07:31,   

Updated October. 14, 20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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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2016년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초원천 연구개발(R&D)사업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일부 대학과 민간기업 연구원들이 형식적인 보고서만 내고 개인 일정을 덧붙이거나 출장 주제와 무관한 곳을 방문하는 유람성 출장을 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해외출장 보고서 658건을 분석한 결과 54건이 이런 식이었다. 국민 세금이 이렇게 허투로 쓰이는 데도 평가 주체인 한국연구재단은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한국의 국가 총 R&D 규모는 2014년 63조7341억 원으로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4.3%로 세계 1위다. 하지만 지난달 국내 유명 과학자 40명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 투자를 확대하는데도 기초연구는 점점 위축되는 위기 상황”이라며 R&D 예산 수립 및 집행을 근본적으로 바꿔달라는 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청원서에 함께 이름을 올린 과학자가 494명, 온라인으로 참여한 국내외 과학자는 1498명이었다. 외형적인 R&D 규모와 달리 기초연구가 외면 받는 현실에 과학자들이 한꺼번에 분노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기초 과학자들은 총 R&D 예산 중 고작 6%만 연구자가 원하는 창의적 연구에 배정된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자유공모 기초연구 지원비는 5000만 원 이하 짜리가 건수로 80%나 돼 연구실의 대학원생 인건비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건수로 6%에 불과한 10억 원 이상 과제에 총 R&D의 60% 이상이 투자돼 치우침도 심하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R&D 자금은 풍족하다지만 적재적소에 배정되지 못하고 나눠먹기로 흐르면서 집중과 효율에서 나오는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과학저널 네이처가 한국의 과학연구 지원을 두고 “돈으로 승부하려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일부 연구자들이 R&D 자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모럴해저드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기가 되면 왜 한국은 수상자를 내지 못하느냐고 한탄이 그치지 않는다. R&D 자금이 기초 연구에 제대로 수혈되고 철저하게 집행되는지를 먼저 챙겨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