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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삼성전자 여전히 신뢰”

Posted October. 14, 2016 07:31,   

Updated October. 14, 201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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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삼성전자에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2일(현지 시간)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에도 삼성전자를 여전히 신뢰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헤지펀드가 특정 기업에 대한 공개 지지 성명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이날 “갤럭시 노트7 사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삼성전자가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위상을 갖고 있다는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리더십(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앞둔 삼성전자가 최고 수준의 기업 운영 방식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27일)를 2주 남겨 두고 엘리엇이 ‘우리 요구를 무시하지 말라’는 첫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겉으로는 삼성전자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발톱을 숨긴 속내는 지난주 자신들이 제시한 ‘주주 가치 증대 제안’을 수용하라는 압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앞서 엘리엇 측은 7일 삼성전자 지분 0.62%를 갖고 있다고 밝히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30조 원 특별 배당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요구했다.

 당시 엘리엇 측 제안이 삼성전자의 가려운 점을 긁어 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선 독소 조항이 많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독립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하라는 데에는 노골적인 경영 개입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헤지펀드가 특정 기업을 공격할 때 통상 이사 3명 선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3명이면 이사회 내에 소위원회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소위원회를 꾸린 뒤 자산 매각이나 사업부 분할 등을 요구하면 해당 기업으로서는 큰 위기가 된다.

 특히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사업회사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에도 이사 세 자리를 요구한 것은 궁극적으로 그룹 지주사 이사회에까지 진입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나스닥 상장 요구 역시 이사를 추천하는 ‘지명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 선임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로 분석됐다.

 증권가에선 엘리엇이 요구한 삼성전자 분할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도 아직 중간금융지주제가 갖춰지지 않은 한국 법 제도상 한계를 이용한 포장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에 애로사항이 있는 주장을 앞세워 명분을 얻고 주가를 띄우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 지분 8.3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 부회장 등기임원 선임에 대한 찬반 여부를 이르면 다음 주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전날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제시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달리 2위 업체 글라스루이스는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글라스루이스는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에도 반대했다.김지현 jhk85@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