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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도 스승에게 못 주는 김영란법은 문제 있다

카네이션도 스승에게 못 주는 김영란법은 문제 있다

Posted October. 12, 2016 08:54,   

Updated October. 12, 20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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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조차 법 위반이라면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교수님한테 캔커피 드리는 것, 운동회 때 선생님께 김밥 드리는 것은 어디에 근거해서 위반이냐”고 따졌다. 이날 국감에서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사제간에 오가는 작은 성의조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한 유권해석을 문제 삼았다. 시행 2주가 된 부정청탁금지법이 권익위의 과도한 해석으로 곳곳에서 혼란을 불러오는 현실이 주무 상임위에서까지 논란이 된 것이다.

 19대 국회 정무위 간사로 부정청탁금지법을 처리한 주역이었던 김 의원은 카네이션 등을 주지 못하게 한 근거인 ‘직접적 직무 관련’ 개념은 당시 국회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애초 이 법을 제안한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도 “직무 관련성은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사실 이것이 들어가면서 법이 복잡해졌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성 위원장은 직무 관련성에 따라 캔커피는 법 위반이지만 극히 경미해 처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주무 부처의 장이 원안에 없는 기준을 내세워 아주 경직된 해석을 내려놓고는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감에서는 권익위 직원 9명이 하루 평균 360여 건의 상담을 맡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익위 Q&A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3만 원 이하 식사 접대는 허용하고 매뉴얼은 예산 담당 공무원의 3만 원 이하 식사는 금지했다. 장관은 되고 차관 이하는 안 되는 기준이 뭐냐는 질의에 성 위원장은 답하지 못했다. 기재부는 의원이나 지자체장이 건네는 ‘쪽지 예산’은 부정청탁으로 보겠다고 했지만 권익위는 공익 목적이라면 괜찮다고 해 헷갈리기만 한다. 법 발효 때까지 1년 6개월 여유가 있었지만 인력 충원도 못하고 치밀한 해석도 내놓지 못한 권익위는 혼란을 방조했다는 비난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건전한 활동과 교류 등을 규제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이 법이 시행된 뒤 일부 긍정적인 모습도 보이지만 혼란과 부작용이 아직은 더 크다. 권익위의 무소불위(無所不爲)식 자세는 김영란법으로도 바로잡을 수 없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