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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어쩌면 ‘위대한 사기꾼’ 아닐까

우리 모두 어쩌면 ‘위대한 사기꾼’ 아닐까

Posted October. 12, 2016 08:54,   

Updated October. 12, 20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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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어떤 거짓말은 자신마저 속였다. 사실 난 불온한 욕망이나 한심한 나태, 아니 그만한 의미조차 없는 아무것도 아님의 결정체에 불과했지만 사회나 가족의 꽤 충실한 일원이자 제법 건전한 사고의 소유자인 것처럼 연기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비열한 치장의 대가는 고독이었다.

 어느 날, 형이 모아놓은 LP레코드 컬렉션에서 그 음반을 발견했다. 영국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가 낸 싱글 ‘The Great Pretender’. 처음 그 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나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우우우우 예에에스 아아아아임 더 그레에에이트∼’ 하고 늘어난 저음이 악령의 소리처럼 느껴졌다. 한두 곡이 담긴 싱글은 회전수를 ‘분당 45’로 선택해 재생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내게 정상보다 훨씬 느리게 재생된 그 음악은 무시무시한 거짓말 같았다.

  ‘그래요, 난 위대한 사기꾼이에요/잘 지내는 척하지만/내가 외롭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예요… 당신을 여전히 곁에 둔 사람처럼 행동하고는 있지만’

 45회전으로 재생한 그 노래는 환상적이었다. 연인을 잃었지만 속마음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기쁜 척 잘 지내고 있는 자신을 위대한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이 곡은 거짓말처럼 매끈하고 화려하다. 오케스트라를 모사하는 황금빛 음색의 신시사이저 사운드까지도 대단한 사기꾼. 머큐리의 음성은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머큐리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이례적으로 자신의 전매특허인 콧수염을 완전히 깎은 상태로 출연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옛 모습 사이를 떠돌면서 ‘난 위대한 사기꾼’이라 노래한다. 단순한 이별 노래가 아닌 것이다. 1955년 밴드 플래터스가 발표했던 이 곡을 일컬어 딱 자신을 위한 노래라며 머큐리는 늘 재해석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콧수염을 기른 마초, 왕관을 쓴 폭군을 무대 위에서 연기했던 그는 외로웠나 보다. 나처럼. 세상에 사는 모든 혼자처럼.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