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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전체 정밀분석...맞춤약 개발 길 열렸다

한국인 유전체 정밀분석...맞춤약 개발 길 열렸다

Posted October. 06, 2016 07:24,   

Updated October. 06, 201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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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게놈 프로젝트.’ 한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의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다. 2000년 국제 공동 연구진이 백인 1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2013년 스무 번째로 업데이트 된 유전체 표준 지도 ‘GRCh38’이 등장할 때까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유전체는 한 번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들은 신약을 개발하거나 질병을 연구할 때 아시아인의 유전적 정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국내 연구진이 풀었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연구진은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한국인 1명의 유전체 지도 ‘AK1’을 완성했다. 이 연구 결과는 6일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서 소장 연구팀은 2009년에도 AK1을 만든 바 있지만 당시엔 표준 유전체 지도였던 ‘RCh37’과 대조해 보고, 그 서열과 유사한 것만 선택해 발표했다. 분석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표준 유전체와 비슷한 것만 제대로 분석된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7년이 지난 뒤 연구팀은 다른 유전체 지도를 참고할 필요가 없는 최신 기술을 사용해 완전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한 번에 1만5000개의 유전 정보를 읽는 ‘롱리드 시퀀싱’ 기술을 사용했다. 한 번에 유전자 서열 150개를 읽을 수 있었던 기존 기술에 비해 분석 속도를 높인 것이다. 또한 이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한 번에 분석된 유전자 서열을 서로 이어 붙이며 발생하는 오류도 줄어들었다. 한 번에 읽은 유전체 정보를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도 오류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한 번에 읽는 유전 정보 범위를 넓힐수록 오류도 줄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유전체 구조 190개 중 55%에 해당하는 105개 구조를 밝혀내며 유전체 지도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부분적으로 밝혀낸 72개 구조까지 합치면 몰랐던 부분 중 93%를 밝혀낸 셈이다.

 이번 연구는 특히 한국인만의 유전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알아냈다.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 결과를 표준 유전체 지도와 비교한 결과 1만8210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찾아냈다. 그중 7710개는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구조였고, 3465개는 표준 유전체 지도에만 있는 것이었다. 이런 차이점은 앞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징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위해 2월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인 ‘지놈 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생명공학 벤처기업 마크로젠이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아시아 1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도 지놈 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내년까지 1만 명, 3년 뒤까지 10만 명의 아시아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할 계획이다.

 서 소장은 “아시아 각 국가와 민족별 표준 유전체를 구축해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기술적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bshin@donga.com



신수빈 동아사이언스기자sb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