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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노벨과학상 낸 일본을 한국이 못 따라잡는 이유

3년 연속 노벨과학상 낸 일본을 한국이 못 따라잡는 이유

Posted October. 05, 2016 07:35,   

Updated October. 05, 20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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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교수가 2016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일본이 3년 연속 노벨상을 수상했다. 1970년대 중반 '오토 파지(autophagy·자가 포식)' 연구를 시작해 50년 한 우물을 판 그의 연구는 파킨슨·알츠하이머병, 각종 노화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으로 2001년 이후 자연과학 부문에서만 미국에 이어 2위(22명)다.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일본 과학기술의 저력 앞에서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연구개발 예산을 쓰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와 과학계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급기야 과학자들의 집단행동까지 나왔다. 지난달 26일 국내 저명한 과학자 40명은 연구개발(R&D) 지원이 단기 성과에만 집중되고 정부가 시키는 과제가 대부분이라며 개혁을 요구하는 집단청원을 냈다. 3월 국내 이공계를 대표하는 5개 대학 연구부총장이 단기성과에 물량 위주인 정부 R&D지원 평가 방식 개선을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스미 교수는 “기초연구를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들은 30대 때 쓴 논문이 이후 수십여년간 인용된 뒤 60대에 상을 받는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국내 총생산 (GDP)의 1%인 26조원을 젊은 연구자 지원에 쓴다고 발표했다. 미국 영국도 엉뚱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젊은 과학자 지원에 연구개발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40세 이하 연구자 수는 전체의 21%지만 연구비는 7%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과제 평가도 학연과 지연 중심이고 10년 짜리 장기과제도 5년만 지나면 기술이전, 실용화 요구가 많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네이처도 지적했지만 한국은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연구실에서 연구자 간에 토론이 없고 줄 세우기식 연구문화도 여전하다. 노벨상 계절이 다가올 때마다 조급증을 내고 남의 잔치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R&D 지원방식을 혁명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 쓰레기통‘이라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돌연변이 효모(액포) 연구를 시작하면서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에서 개척하는 편이 즐겁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는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묵묵히 한우물을 파라는 조언을 우리 과학도들도 깊이 새겨듣기 바란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