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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부부의 미워도 다시 한번

Posted September. 18, 2016 08:03,   

Updated September. 18, 20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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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뒤 이혼율이 증가하는 것은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2012∼2015년 추석이 포함된 9월과 그 다음 달을 비교했더니 평균 이혼 건수가 8.5%가량 늘어났다. 추석 연휴의 끝자락을 맞은 지금, 여러분 가정은 다들 안녕하신지?

 ▷19일 폐막식을 앞둔 2016 리우 패럴림픽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장애인 선수들의 도전 그 자체로 주목받았다. 북핵 위기와 지진에 묻힌 감은 있지만 뭉클한 인간 승리와 함께 부부란 무엇인지 일깨워준 사연들이 기억에 남는다. 런던 패럴림픽에 이어 유도 100kg급에서 2연패를 차지한 최광근 선수(29). 시상식 직후 응원석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아내 권혜진 씨(37)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부족한 나와 결혼해줘서 고맙다.” “그 어떤 남자보다 부족함 없는 남편이다.” 눈물어린 포옹 속에 짧은 대화가 오갔다.

 ▷최 선수는 고교 시절 훈련 도중 상대의 손가락에 찔려 왼쪽 눈을 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쪽 눈은 고도난시였다. 런던 패럴림픽에서 최 선수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인 아내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서울대 대학원을 나온 비장애인과 장애인 유도 선수의 결혼은 예상대로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이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2015년 결혼반지도 없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 못해준 반지 대신 ‘금메달 선물’을 결심했던 남편은 지옥 같은 훈련을 이겨내고 약속을 지켰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세계기록으로 우승한 여자 사격 이윤리 선수(42)는 리우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20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못 쓰는 그는 특전사 저격병 출신 동갑내기 이춘희 씨를 병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사격으로 뒤늦게 종목을 바꾼 이 선수에게 남편은 스승이자 멘토로 한결같이 곁을 지켰다. 올해도 누적된 갈등과 불화가 명절 때 폭발하면서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패럴림픽 선수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힘들고 아플 때 서로의 손을 잡아준 부부의 도(道)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니 미워도 다시 한번!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김순덕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