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드라마 계속 튼 ‘재난주관 방송’ KBS

Posted September. 14, 2016 07:01,   

Updated September. 14, 2016 07:18

ENGLISH
 12일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주 지진 때 공영방송인 KBS가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 1TV는 이날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1차 지진에 이어 8시 32분 규모 5.8의 본진(本震)으로 전국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정규 편성인 ‘우리말 겨루기’와 드라마 ‘별난가족’을 방송했다. 중간에 자막과 4분짜리 특보를 내보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9시 뉴스가 시작할 때까지 1시간 10여 분간 KBS는 사실상 ‘재난방송 공백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는 “첫 지진 3분 후 1TV에서 자막을 내보냈다. 드라마 방송을 계속한 것은 (지진과 관련해)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특보를 길게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KBS를 포함한 69개 방송사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라 ‘재난 3단계’부터 국민안전처, 기상청 등의 요청을 받으면 재난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기상경보, 홍수주의보에 해당하는 3단계는 지진 기준으로는 규모 3.5(내륙) 또는 4.0(해역) 이상이다. KBS는 2011년 당시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기상청의 재난·재해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신속한 재난방송을 하겠다며 ‘재난방송 정보센터’를 만들었지만 이번 지진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반면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36초 후 경보음과 함께 자막을 내보냈고, 1분 30여 초 만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보로 전면 전환했다. NHK는 올해 4월 구마모토(熊本) 지진, 지난달 연달아 닥친 태풍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앵커가 “○○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를 수분간 반복한다. 또 화면의 3분의 1 이상을 그래픽과 자막으로 채워 재난 상황, 대피 요령 등의 정보를 내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재해로 통신이 두절되면 정보를 얻을 곳은 방송뿐이지만 이번 지진에서 재난방송은 신속한 정보 제공에 실패했다. 제도를 정비해 ‘부실 재난방송’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정양환·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