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시진핑 주석의 사드 반대, 믿을 건 한미 동맹 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의 사드 반대, 믿을 건 한미 동맹 밖에 없다

Posted September. 06, 2016 06:59,   

Updated September. 06, 2016 07:31

ENGLISH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중국 항저우에서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 문제(사드 배치)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의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사드와 관련 양 정상은 양측 기본 입장에 따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고 시 주석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한중 정상이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시 주석의 말을 언론에 전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30년대 항저우에서 3년간 활동했던 일화를 꺼냈다. 당시 중국의 지원을 받은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이 1996년 중국을 방문해 ‘飮水思源(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한다) 한중우의’라는 글을 남긴 얘기도 했다. 실제로 임시정부를 도운 것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였지만 시 주석이 한중의 선린우호(善隣友好) 관계를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지금 한중관계는 그 때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북한은 어제 탄도 미사일 3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국제사회가 뭐라 해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무력시위다. 중국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골몰하는 북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한국이 그 방어체계를 구축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는 것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아니다. 중국이 필리핀 인근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 주변에 선박 약 10척을 집결시켜 기지 건설을 위한 매립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상설중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힘으로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관철하려는 행태다. 주변국들을 비상식적으로 겁박하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리더로 존중 받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1년 전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톈안먼 성루에 오르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對中)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젠 북을 일방적으로 싸고도는 중국에 더는 미련을 가질 것이 아니라 국가 생존권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단호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박 대통령은 7,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우리가 오만한 중국에 맞서 믿을 것은 한미동맹 뿐이다. 북의 핵도박과 중국의 북 비호에 한미가 어떻게 대응할 할 것인지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