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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중국철근으로 안전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불량 중국철근으로 안전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Posted August. 17, 2016 07:13,   

Updated August. 17, 20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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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인증이 취소된 중국 타이강 강철이 다른 중국 업체의 KS인증을 넘겨받아 한국에 철근을 수출한 사실이 본보 취재에서 밝혀졌다. 타이강 강철은 한국표준협회의 조사에서 품질 결함 사실이 드러나 작년 10월 KS인증이 취소됐지만 올 6월 인증을 가진 신창다 강철의 철근사업을 인수한 뒤 이달 4일 한국에 수출했다. KS인증이 취소된 업체는 1년 동안 다시 인증을 받을 수 없지만 이 기간 중이라도 다른 업체의 인증을 양수(讓受)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산업표준화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대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친 200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규격 미달의 중국산 철강이 상당수 사용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현재 인천항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타이강 강철과 신창다 강철의 철근 4000∼5000t은 99m²(약 30평) 아파트 800∼1000채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이다. 타이강 강철의 생산 인력이나 설비가 KS인증이 취소됐을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이번 수입 철강 중 불량품이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불량 철근을 사용해 아파트 같은 건물을 지었다가 안전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은 “KS인증을 관리하는 표준협회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가 어제 본보 보도가 나간 뒤에야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기술표준원과 표준협회는 이번에 수입된 철근 제품을 전수 조사해서라도 KS인증이 취소된 타이강 강철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국내 유통을 막아야 한다. 산업표준화법을 개정해 KS인증 양수 제도를 현행 ‘선(先)승인, 후(後)심사’에서 ‘선심사, 후승인’으로 바꾸고 양도·양수가 가능한 조건도 한층 엄격하게 할 필요도 있다.

 2년 전에도 중국에서 들어온 불량 철근과 H형강 등 철강제품이 한국산 제품 상표를 부착한 ‘짝퉁 국산’으로 둔갑해 국내 건설현장에 대규모로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무역마찰을 우려한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은 흐지부지됐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중국산 수입 철근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려도 무사안일로 때우는 공직사회의 한심한 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권순활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