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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남자골프대표 감독 “KOREA 새겨진 모자 쓰니 국가대표 무게감 정말 대단”

최경주 남자골프대표 감독 “KOREA 새겨진 모자 쓰니 국가대표 무게감 정말 대단”

Posted August. 11, 2016 06:57,   

Updated August. 11, 201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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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에서 스폰서를 해주니 계약금과 보너스가 엄청나겠다.”

 최경주(46·사진)가 2010년 태극기 모자를 쓰고 필드에 나타났을 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동료 선수들이 던진 우스갯소리다. 최경주는 당시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메인 스폰서가 있는 프로 골퍼들은 모자 정면에 스폰서 로고를 달고 뛴다. 최경주는 메인 스폰서 로고가 있어야 할 자리에 태극기를 붙이고 뛰었다. 그해 마스터스에서도 태극기 모자를 쓰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이듬해부터 최경주는 SK텔레콤을 메인 스폰서로 얻었다. SK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필드에 나갔더니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South Korea가 올해도 후원을 하나 보네.”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만난 최경주 골프 남자 국가대표 감독(SK텔레콤)은 ‘KOREA’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돌아온 골프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6년 전에는 내가 직접 태극기 모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가대표로서 쓰는 KOREA 모자라서 그런지 느껴지는 무게감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유독 나라 사랑, 태극기 사랑을 실천해 온 그는 투어 경기 때 태극기를 신발과 골프백에 새겨 넣고 다니곤 했다.

 올해 초 골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뒤엔 한국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선수들이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일찌감치 브라질로 건너왔다. 혼자서 미리 코스를 점검하고, 날씨와 바람 등에 대한 조사도 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남자 대표 선수들인 안병훈(25·CJ), 왕정훈(21·한국체대)을 데리고 연습 라운딩을 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노하우를 전수했다.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최 감독이기에 두 선수는 언제든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리 남자 골프가 어떤 상황인가. 여자 골프에 비해 대회 수도 현저히 적고 인정도 못 받는다. 올림픽은 남자 골프를 변화시킬 좋은 계기다. 병훈이나 정훈이 같은 좋은 선수가 올림픽같이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꼭 필요하다”고 했다. 

 PGA 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존재감은 올림픽 골프코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오가다 만난 다른 나라 선수들이나 캐디들이 그를 알아보고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최 감독은 “전날 조 편성이 발표된 뒤 안병훈을 1조에서 같이 경기를 하게 된 아지우송 다 시우바(브라질)에게 인사시켰다. 시우바에게 ‘네가 형이니까 잘 봐 줘’라고 하니까 ‘알았다, 걱정 말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외국 골프 선수들 중에 은근히 상대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비열한 선수들이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 선수들이 그런 선수들과 동반 플레이를 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뒤에서 쳐다보고 있으면 그렇게 나쁘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전남 완도 출신인 최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고향 특산품인 전복을 브라질까지 공수해 왔다. 그는 “투어를 뛸 때 효과를 봤다. 힘도 나고 속도 편하다. 선수들도 오늘 3개씩 먹고 더 달라고 하더라. 무엇보다 여기서 구하기 힘든 고향의 맛을 봐서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남자 골프는 11일 오후 7시 반 역사적인 티오프를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