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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에어콘도 못 켜는데, 외유성 연수 나간 한전 사람들

서민은 에어콘도 못 켜는데, 외유성 연수 나간 한전 사람들

Posted August. 10, 2016 07:05,   

Updated August. 10, 201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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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은 1명당 900만 원씩 총 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직원 100명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단체연수를 보냈다. 세계 에너지산업 현장을 시찰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한전의 연수는 대부분 일정이 관광으로 채워져 있다. 스탠퍼드대의 에너지·전기자동차 전문가인 토니 세바 교수 등 글로벌 석학 특강과 테슬라와 구글 등 창의·혁신기업 탐방, 워크숍은 구색 갖추기 같은 인상을 준다.

 한전 직원들이 5개조로 나뉘어 날씨도 덥지 않고 바닷가 풍광이 좋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여름휴가 같은 7박8일의 연수를 보낸다는 소식에 찜통더위를 이겨내는 서민은 속에서 열불이 난다. 입추(立秋)를 지나서도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에 서민은 누진제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도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판이다.

 조환익 사장 등 한전 임직원들은 어제부터 전국적으로 절전 캠페인에 나섰다. 7월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벌써 네 차례나 최고치를 경신한 터에 여름휴가 이후 조업이 본격화하면 전기 공급에 적색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그러나 한전이 피크시간대에 불필요한 전기 낭비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면 한전 사람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텐데 외유성(外遊性) 연수는 무슨 말인가. 염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하는 누진제가 부당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전기요금 조정권한을 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변경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작년 7∼9월에는 서민 부담을 낮춘다며 한시적으로 총 6단계의 누진구간 중 4단계에도 그 아래인 3단계 요금을 부과했는데 올해는 나 몰라라다. 한전의 작년 영업이익이 11조 원을 넘었고 올해는 14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데 서민의 전기요금을 깎아줄 생각은 안하고 넘쳐나는 돈으로 외유성 단체연수를 보내는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