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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홈리스? 건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난민? 홈리스? 건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Posted July. 19, 2016 07:00,   

Updated July. 19, 20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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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또는 건축물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짚어 보면 답을 확인할 수 있다.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은 돌을 옮기다 깔려 죽은 노동자에게 영광의 한 부스러기조차 나눠주지 않았다. 역사의 흐름은 건축의 결실을 독점하는 양상을 세분화시켰을 뿐이다.

 8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기획전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1층)과 ‘홈리스의 도시’(2층)는 건축의 주인공에 대한 씁쓸한 확인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전시 제목이 드러내듯 참여 작가들은 ‘거주공간을 소유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1층 전시실은 건축가들이 인권활동가, 동물보호단체, 조경업자, 문화인류학자 등과 협업해 꾸몄다. 논의의 방향은 다양했지만 결과물의 구성이 조밀해 보이지 않는 1층보다는 2층 전시실에 오래 머물게 된다.

 독일 작가 파비안 브룬싱의 ‘Pay & Sit Private Bench’와 영국 작가 리아 보로메오의 ‘Space not Spikes’라는 두 짧은 영상작품이 좋은 호응을 이룬다. 브룬싱은 엉덩이가 닿을 부분에 금속 징이 박힌 공원 벤치를 보여준다. 0.5유로 동전을 넣으면 징이 의자 안으로 밀려들어가 앉을 수 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경보와 함께 징이 다시 돋는다. 보로메오는 쇼윈도 앞 난간에 노숙자가 앉을 수 없도록 징을 박아놓은 건물에 ‘저항’하는 법을 보여준다. 브룬싱의 영상 앞에 놓여 있는 양현정 씨의 서울 벤치 리서치 메모는 이 ‘징 벤치’가 외국 얘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금융위기로 건설이 중단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건물에 나타난 불법거주 스토리를 담은 토레 다비드의 영상, 중국 베이징 주택가의 군사용 지하벙커를 주거지로 쓰는 젊은 이민자 이야기를 추적한 영상도 눈길을 붙든다.

  ‘건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는 질문이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언제나 그랬듯 희박하다. 하지만 질문이 있는 편이 없는 상태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이 두 전시는 확인시킨다. 02-760-485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