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자유 상징 국경일에..프랑스 ‘트럭 테러’ 당하다

자유 상징 국경일에..프랑스 ‘트럭 테러’ 당하다

Posted July. 16, 2016 07:26,   

Updated July. 16, 2016 07:33

ENGLISH

 14일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바스티유의 날’을 맞아 유명 관광지인 니스의 해변에는 휴일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관광객 수천 명이 모여 마지막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 인근 식당에선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왔고, 음악 소리를 타고 곳곳에서 잔을 부딪치는 소리도 들렸다.

 오후 10시 반경 현지 신문인 니스 마탱의 다미앵 알망 기자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인근에서 총성이 들렸다. 이어 하얀색 대형 트럭이 굉음을 내며 해변가 도로에 있는 사람들을 덮치며 질주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길에 있던 사람들이 볼링 핀처럼 쓰러졌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치려는 듯했다. ‘죽음의 트럭’이었다”며 치를 떨었다.

 트럭은 그의 몇 m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극도의 공포심에 그는 선 채로 얼어붙었다. 많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울먹이며 지나쳐 갔다. 그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어서 피해요.”

 다른 사람이 절규했다.

 “내, 내 아들은 어디 있나요?”

 죽음의 25t 트럭은 이날 밤 해변가 유명 산책로인 프롬나드 데장글레로 진입해 시속 약 60∼70km로 질주했다.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사람들을 뒤쫓으며 덮쳤다. 광란의 질주는 해변가를 따라 2km나 계속된 뒤에야 끝났다.

 여름휴가철인 데다 휴일을 맞아 해변에는 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이 있어서 피해가 더욱 컸다. DJ 공연의 커다란 음악 소리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해 대피가 늦어졌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한 목격자는 “트럭은 길에 있던 사람들을 뭉개며 달렸다”며 참혹한 현장을 전했다. 놀란 사람들은 산책로 주변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급히 뛰어들어 숨었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극에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 했다.

 미셸이라는 이름을 가진 목격자는 현지 이텔레방송에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멈춰 선 트럭의 앞 창문에는 수십 발의 총탄 흔적이 가득했다. 운전사가 트럭을 몰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거나 범인과 경찰 간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럭 안에선 다수의 장전된 총기와 폭발물이 발견됐다. 31세인 튀니지계 프랑스인 남성의 신분증도 수거됐지만 자세한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트럭 테러는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이어진 국가비상사태를 26일 해제한다고 발표한 뒤 불과 수 시간 만에 일어났다고 전했다. “영원히 비상사태를 이어갈 수 없다”며 해제를 약속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 이후 굳은 표정으로 다시 회견장에 나서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한다”고 선언했다.ditto@donga.com



황인찬기자 hic@donga.com ·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