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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혹평 ‘더 라스트 페이스’ 숀 펜 감독 “가혹한 현실, 동화로는 해결못해”

칸 혹평 ‘더 라스트 페이스’ 숀 펜 감독 “가혹한 현실, 동화로는 해결못해”

Posted May. 23, 2016 07:37,   

Updated May. 23, 20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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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꺼지면 됩니다. 난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 없습니다.”

 할리우드의 악동은 혹평에도 굴하지 않았다. 11∼22일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후반부의 화제작은 배우 숀 펜(56)이 연출한 경쟁 부문 진출작 ‘더 라스트 페이스’였다. 단, 호평이 아니라 혹평 때문이었다.

 20일(현지 시간) 기자 시사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혹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1일 각국 주요 매체 평론가의 평점을 종합하는 잡지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는 그의 영화에 대해 4점 만점에 평균 0.2점이라는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이날 오후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펜은 “(혹평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며 “요즘 예술은 홍보 활동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오히려 평론가와 언론을 비판했다.

 영화는 2003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유엔 난민캠프에서 일하는 렌(샬리즈 시어런)과 미겔(하비에르 바르뎀)의 사랑과 갈등을 담았다. 동시에 아프리카의 참상을 보여 주며 관객이 이 같은 비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영화는 전투 도중 부상한 민간인들의 끔찍한 상처나 난민캠프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담고 주인공을 백인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난민을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펜은 “관객이 영화 속 장면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건 그들이 그동안 현실에 무관심했다는 뜻이다. 나는 그저 내가 그동안 본 것, 내 경험을 나누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네(칸)를 걸어다니는 인간들은 자기 생각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실은 자기보다 나아보이는 사람들의 의견을 그저 따라갈 뿐이죠. 언론은 마치 누가 다른 사람의 작업에 대해 게으르게 평가할 수 있는지 대결하는 것 같고요.”

 혹평에 대해 거칠게 반응하던 펜은 그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직후부터 현지에서 전개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 관해 질문하자 열정적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영화감독을 하는 것과 캠프 운영에 필요한 능력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산안에는 없던 비상상황을 갑자기 처리해야 하고, 늘 어제 끝냈어야 했던 일을 오늘 하고 있게 된다”며 웃었다.

 거침없이 말하던 펜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아들 호퍼에 관한 질문을 하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정말 열정적인 녀석이에요. 영화 촬영 전 4개월 정도 구호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죠. 아들에 관한 질문은 아들에게 해야겠지만….”

 “쿠바의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 마약왕 구스만 등 여러 논쟁적인 인물을 인터뷰하고 분쟁 지역에 직접 가기도 하는데 두려울 때는 없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어차피 죽는다. 다만 신이 이제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말할 때까지는 살아 있지 않겠느냐”며 웃어 넘겼다.

 “영화로 세상을 구하려는 건 아닙니다. 지금 현실은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구하자’는 식의 동화로 해결하기엔 훨씬 더 가혹해요. 우리에겐 더 강력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구호 현장에는 수많은 영웅이 있습니다. 그들은 좀 더 대우받아야 해요.”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