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칸의 밤 달군 ‘부산행’ 연상호 감독 “불관객 환호에 놀랐어요”

칸의 밤 달군 ‘부산행’ 연상호 감독 “불관객 환호에 놀랐어요”

Posted May. 16, 2016 07:33,   

Updated May. 16, 2016 07:38

ENGLISH

 “아내가 집에서 혼자 8개월 갓난아기를 보고 있는데 저만 이렇게 칸에 와서 레드카펫을 해도 되는 건지….”

 14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인근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38)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그가 연출한 재난 영화 ‘부산행’은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돼 ‘13일의 금요일’ 밤을 장식했다.

  ‘부산행’은 이혼하고 혼자 딸 수안(김수안)를 키우고 있는 펀드매니저 석우(공유)가 딸을 엄마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부산행 KTX를 타며 시작한다. 같은 시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급기야 사회가 마비된다. 석우가 탄 KTX도 마찬가지,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하며 좀비보다 더한 괴물로 변해 간다. 이날 열린 공식 상영에서 관객들은 통쾌하거나 액션 장면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연 감독은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외국 관객들이 좀비처럼 창에 붙는 제스처를 취하며 환호하는 걸 봤다. 이전 제 작품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반응이라 그 자체로 재미있었다”고 했다.

 연 감독은 ‘돼지의 왕’(2011년) ‘사이비’(2013년) 등 사회 고발 성격이 강한 어두운 분위기의 인디 애니메이션을 연출해 왔다. ‘부산행’은 그의 첫 실사 영화이자 가장 많은 예산(약 70억 원)을 쓴 영화이기도 하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파격적으로 제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반면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는 결과물을 볼 수 없어 답답한 점이 있다”며 “실사 영화는 그날 찍은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 작업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첫 실사 영화에서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좀비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좀비는 일종의 타자화된 군중이라고 볼 수 있다. 장르물이면서도 사회적인 함의를 지닐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메시지를 즐길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기작으로 또 다른 실사 영화를 준비 중이다. 7월 ‘부산행’을 개봉한 뒤 ‘부산행’의 전편 격인 애니메이션 ‘서울역’도 잇달아 개봉한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