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노동당 대회, 휘황한 설계도 대신 셀프 대관식만 요란했다

북한이 어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개막했다. 1980년 이후 36년 만에 열린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우리 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은 김정은의 우상화에 역점을 둔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70일 전투’라는 구호 아래 평양을 대대적으로 단장하는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118개국에서 대표단이 참석했던 6차 당 대회와는 달리 주요 외빈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 김정은의 ‘셀프 대관식’에 그쳤다.

　국제사회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김정은이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본따 민생 챙기기에 나설 가능성에도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지금까지 북의 태도를 보면 그런 기대는 무망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소형 핵탄두 개발 등 북이 최근 성공했다고 주장한 핵 관련 시험과 성과들을 나열하며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이 제7차 당 대회에 드리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핵과 미사일 외에는 주민에게 내 놓을 것이 없는 북으로선 2012년 헌법에 이어 노동당 규약에도 핵 보유국을 명문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은 당 대회를 앞두고 주민을 총동원한 70일 전투의 성과가 계획치의 144%에 이르고 공업생산이 작년 동기의 1.6배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김일성 시대의 ‘천리마 운동’에 빗대 ‘만리마 신화 창조’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만큼 주민을 가혹하게 착취했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

　김일성은 6차 당 대회 때 남과 북이 서로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을 제안하면서 한미동맹의 해체를 요구했다. 북은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통일방안을 내놓거나 대남 평화공세를 펼쳐 남남갈등을 유발하려 들 수도 있다. 당 대회 이후 북의 대남 공세에도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웬디 셔먼 전 정무차관은 3일 “북한 내 급변사태와 쿠데타까지 상정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조속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성이 6차 당 대회 보고에서 “우리 조국의 미래는 휘황찬란하다”고 허풍을 떨었지만　36년간 북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세계가 다 알고 있다. 김정은이 핵으로 권력을 지탱할 수 있다는 허황한 몽상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를 기다리는 건 세계 역사에서 독재자들의 전철을 밟는 비참한 몰락뿐이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