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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양적완화 반대… 사흘 만에 흔들린 구조조정 방침

한은의 양적완화 반대… 사흘 만에 흔들린 구조조정 방침

Posted April. 30, 2016 07:19,   

Updated April. 30, 20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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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에서 윤면식 부총재보가 어제 통화신용정책 설명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는 통상 중앙은행이 하는 양적완화와는 차이가 있다”며 “시급해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전제도 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한은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요건에 안 맞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한은은 ‘정당한 절차’를 내걸고, 기재부는 ‘국민 혈세’라는 명분을 내걸며 재원마련계획에서 발을 빼려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정부와 한은이 초장부터 엇박자를 내니 앞날이 걱정스럽다. 여기에 한진해운 채권단에 속한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마저 자율협약에서 탈퇴해 자체적으로 채권 회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정부가 구조조정계획을 밝힌 직후 이런 식의 불협화음이 나온 적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구조조정 추진 당시 마련한 자본확충펀드(20조 원)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확정하는 데까지 2주일이면 족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양적완화의 깃발을 들어 리더십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되레 레임덕의 단면을 드러내고 말았다. 가장 예민한 구조조정 분야가 레임덕으로 흔들린다면 국가 신용도에도 부정적이다.

 정부, 한은, 채권단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노조는 구조조정에 저항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 요구를 관철시킬 목적으로 주말 동안 상경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8일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서 일반·연구직 조합원의 ‘승진 거부권’을 요구했다. 연봉제를 거부하고 조합원 수를 가능한 많이 확보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노조가 치밀하게 춘투(春鬪) 준비하는 데 비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는 너무 미약해 보인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개혁의 수단일 뿐 본령은 아니다. 산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산은에 투입한 금액만큼 시중자금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한은 특별융자나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산업금융채권 인수 등 국책은행에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할 다른 방안도 많다. 정부 내부의 엇박자로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것이다. 경제팀은 모든 변수를 분석해 최적의 구조조정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