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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내 담당’ 아니라는 부총리, 한중경제난맥 풀 수 있나

외교는 ‘내 담당’ 아니라는 부총리, 한중경제난맥 풀 수 있나

Posted February. 11, 2016 07:39,   

Updated February. 11, 201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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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오전 인천 남동공단 수출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가 한중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나도 언론을 통해 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외교문제를 따로 언급할 처지가 안 되며 한중 간 경제관계 라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긴급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북한 리스크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나온 고위 경제관료들의 발언이 지나치게 안이한 느낌을 준다.

‘경제는 심리’라고 믿는 경제팀이 의도적으로 발언 수위를 낮춘 것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위기의식을 내보이지 않는 당국자의 평정심은 투자와 소비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불안은 국내외 요인이 겹친 가운데 경제라는 씨줄과 외교라는 날줄이 뒤엉키면서 증폭되는 상황이다.

 연초 중동 및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불안이 확산된 데 이어 일본 마이너스 금리 영향으로 닛케이평균주가는 이틀째 급락하며 어제 1만6000엔 선이 무너졌다. 일본 주가 약세를 불러온 엔화 강세가 기본적으로 신흥국 경기 불안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에 설 휴장 중에도 국내 금융시장엔 빨간 불이 켜졌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경우 한국의 원화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통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일본에선 지난달 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맞교환)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경제 외교적 안전판을 마련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의 경제팀도 이 난맥을 뚫고나갈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필요가 있다.

 유 부총리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염두에 두고 경제 라인이 따로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발상이다.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고, 중국 상하이 외환시장에 원화 및 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개설된 것은 외교적 성과다. 그러나 2000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으로 올리자 중국은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경제보복을 한 전례가 있다.

 중국은 삼성SDI와 LG화학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신형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조치를 시행했다. 우려가 이미 현실화한 것은 아닌가. 유 부총리는 북한 도발이 한중 외교 경색을 거쳐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단계별 대책을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