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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 범죄자 얼굴 왜 가리나” 주민 분노

“패륜 범죄자 얼굴 왜 가리나” 주민 분노

Posted February. 06, 2016 07:19,   

Updated February. 06, 20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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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한 주택. 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뒤 1년 가까이 방치됐던 여중생 이모 양(사망 당시 13세)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오전부터 집 근처에는 주민 100여 명이 몰렸다. 낮 12시 무렵 목사인 아버지 이모 씨(47)와 계모 백모 씨(40)가 도착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모 씨(61)는 “목회 일을 하는 사람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더욱 용납이 안 된다”며 “얼굴 보고 욕이라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화가 날 따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검증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두 사람은 나무막대와 빗자루로 이 양의 손바닥과 허벅지 등을 때린 행동을 담담하게 되풀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때 진술한 내용 그대로 비교적 태연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앞서 구속영장 실질심사 직전 두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두 사람을 구속했다. 설 연휴에도 수사를 계속한 뒤 11일경 검찰로 사건을 넘길 예정이다. 무엇보다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달 15일 드러난 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 당시 피의자 부부의 살인죄를 규명했던 법률지원팀을 투입했다.

 한편 2012년부터 이 양을 키워 온 계모 백 씨의 여동생(39)은 이날 오전 풀려났다. 경찰은 여동생의 아동학대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검찰 판단에 따라 석방을 결정했다. 여동생은 이날 “아이의 일기장을 다시 봐도 우리 집에서 학대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로 폭행 및 학대행위 여부를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김도형 dodo@donga.com·박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