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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폭발물 상자’ 범인 “취직 못해 생활고…짜증나서 그랬다”

인천공항 ‘폭발물 상자’ 범인 “취직 못해 생활고…짜증나서 그랬다”

Posted February. 05, 2016 09:09,   

Updated February. 05, 20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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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직도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짜증이 나서 그랬어요.”

 인천국제공항 ‘폭발물 상자’ 사건의 피의자 A 씨(36)는 3일 인천공항경찰대에 붙잡힌 뒤 범행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국내 한 음대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엘리트’였다. 하지만 졸업 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번번이 취직에 실패했고 결혼해 지난해 아이까지 낳으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는 일이 잦아졌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져 갔다.

 A 씨는 화풀이할 곳을 찾았다. 최근 밀입국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인천국제공항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공항을 시끄럽게 하고 싶었다. 작은 화과자 상자에 기타줄 3개와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를 담았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바나나껍질도 넣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겉에는 폭발물처럼 보이도록 부탄가스통과 라이터용 가스통, 500mL짜리 생수병을 부착했다.

 상자 안에는 아랍어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이고 신이 처벌한다’고 적힌 메모지도 넣었다. A 씨가 서울 구로구의 집에서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프린터로 인쇄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C게이트 남자화장실 좌변기 옆에 상자를 놓고 달아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하고, 공항철도 요금 결제 내용을 확인해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뒤 3일 그를 집에서 검거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이슬람국가(IS) 등과 같은 테러단체에 가입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으며 실제로 폭발물을 터뜨릴 생각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압수한 컴퓨터에서 A 씨가 테러단체나 폭발물 제조법 등을 검색했는지 등을 분석하고 중동 국가 출입국 기록을 조회하는 등 테러 용의점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폭발성 물건 파열 예비음모 및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이날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성채 인천공항경찰대장은 “일단 A 씨는 혼자 저지른 범행이라고 진술했다”며 “과거 정신과에서 치료받은 이력이 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