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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탄도미사일 우리 영공 침범하면 요격할 수 있나

북 탄도미사일 우리 영공 침범하면 요격할 수 있나

Posted February. 04, 2016 07:19,   

Updated February. 04, 20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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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8일부터 25일 사이에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2일 통보했다. 2012년 12월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때처럼 위성을 핑계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쏘려는 것은 5월에 열리는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군사강국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이 밝힌 운반로켓잔해의 낙하 예상구역에 따르면 1단계 동체는 군산 서쪽 약 80마일 해상에, 로켓 첨단부는 제주 서쪽 약 50마일 해상에, 2단계 동체는 필리핀 마닐라 동쪽 약 80마일 해상에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부근을 지나는 항공기와 선박에 대해 경보 발령을 내리기로 했다. 북 미사일이 우리 영공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 영공의 수평적 범위는 한반도와 부속도서 및 영해(12해리·약 22.2km)의 상부 공역이다. 수직적 범위는 우주까지 포함할 수 있어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기준이 없다.

 문제는 북이 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현재의 방어체계로 요격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2014년 5월 최봉완 한남대 교수가 국회에서 공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이 사거리 1000km의 노동미사일에 1t의 핵무기를 탑재해 발사할 경우 675초(11분 15초) 만에 서울에 떨어졌다. 북 미사일은 이중 551 초를 대기권 밖에서 비행하고 대기권 내 비행시간은 124초였다. 한국이 올해부터 도입하는 PAC-3(패트리어트) 미사일로는 고도 12∼15km에서 1초간 요격이 가능할 뿐이다. 반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는 40∼150km 고도에서 45초간, SM-3 미사일로는 70∼500km 고도에서 288초 간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드 도입의 필요성이 큰 이유다.

 일본이 자국의 영토 영공 영해에 북 미사일이 들어오면 요격하도록 ‘파괴조치 명령’을 자위대에 내린 것은 탄도미사일을 고도 160km에서 요격할 수 있는 해상 상층 방어 시스템을 비롯해 다층 방어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2020년대에 구축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는 고도 10∼30km의 하층 방어용이어서 일본보다 10여 년 이상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해 공개한 ‘2016∼2020년 국방중기계획’에 북의 핵과 미사일 도발 징후가 있을 때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 구축에 6조원, KAMD 구축에 2조 7000억원을 반영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할지 모르겠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모하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지킬 자주적 군사 능력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