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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 비상사태, 한국도 예외 아니다

지카 바이러스 비상사태, 한국도 예외 아니다

Posted February. 03, 2016 07:34,   

Updated February. 03, 201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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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가 작년 5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폭발적으로 번지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임신부는 태아의 소두증(小頭症)을, 어른은 신경체계 파괴로 몸이 마비되는 길랑바레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소두증 신생아들이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취소하자는 주장을 하고 주거지에 맹독성 살충제 DDT를 살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국내 지카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로 신고된 5건 중 3건은 음성으로, 2건은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환자가 확인되지 않아 감염병 위기단계는 ‘관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관광객들과 기업인들이 자주 찾는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들 지역에서 감염된 관광객과 수하물을 통해 모기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온이 오르면 지카 바이러스 모기가 국내에도 유입될 것이 확실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컨테이너나 수입 목재와 함께 들어오면 말라리아모기처럼 토착화할 위험까지 거론한다. 올해는 엘니뇨(해수온도 상승)로 모기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학 원론’ 수준의 대응으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초기에 정부는 ‘중동식 독감’이라며 손 씻기 등 건강수칙만 잘 지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격리되지 않은 병실구조,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는 후진적 응급실 등의 요인으로 온 나라가 공황에 빠졌다.

 그런데도 국내방역의 핵심인 인천공항검역소장이 두 달째 공석 상태다. 고위공무원단 정원을 늘리지 않아 인사를 못한다니 정부의 안일한 자세에 한숨만 나온다. 신임 질병관리본부장은 공석 한 달 남짓 만인 어제야 임명됐다. 어제 대책회의에는 메르스 대응 부실로 징계를 기다리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핵심 당국자들이 참석했다. 징계를 앞둔 이들이 일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최악을 가정해 방역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지만 물샐틈없는 대비로 지카 바이러스의 국내유입을 차단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