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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연봉보다 빅리거 꿈 택했다

Posted December. 03, 20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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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스포츠라고 하기엔 너무 비즈니스적이고, 비즈니스라고 하기엔 너무 스포츠적이다.(필립 리글리)

메이저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할 때 가장 높게 평가하는 건 티켓 파워다. 미네소타가 한국 시장을 노리고 박병호(29)에게 투자한 것과 달리 테임즈(29)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없는 이유도 바로 티켓 파워의 차이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제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투수라도 매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타자들의 몸값을 넘어서기 어렵다. 실제로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액 계약 사례 10명 중에서 투수는 두 명밖에 없다. 순위도 8, 9위다.

그나마 보스턴이 2일 왼손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30사진)와 역대 최고 투수 몸값인 2억 1700만 달러(약 2525억8800만 원)에 FA 계약을 맺으면서 두 명으로 늘어났다. 그전까지는 클레이턴 커쇼(27LA 다저스)뿐이었다. 2억1000만 달러에 계약한 맥스 슈어저(31워싱턴)를 포함해 메이저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투수 세 명은 모두 선발 투수다.

한국 프로야구는 반대다. 2일 국내 외국인 선수 몸값 최고 기록인 총액 190만 달러(약 22억970만 원)에 한화와 재계약한 로저스(30)를 포함해 연봉 상위 10명 중에서 6명이 투수다. 그리고 이 중 2명은 구원 투수다. 한국 구단들은 메이저리그와 다른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도 티켓 파워를 기준으로 하면 선발 투수가 몸값을 더 많이 받는 게 맞다. 올 시즌 두산 장원준(30)이 등판한 잠실 경기 때 평균 관중은 1만6125명으로 시즌 평균(1만5561명)보다 564명이 많았다. 두산의 관중 1인당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어림잡아 보면 장원준은 올 시즌 입장료로만 구단에 약 9543만 원을 벌어다 줬다.

연봉을 받는 과정도 다르다. 메이저리거들은 연봉을 받으면 세금, 에이전트 비용, 매니지먼트 비용 등을 먼저 결제해야 한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3텍사스)는 전체 금액 중 47% 정도를 내가 가져간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외국인 선수는 입단 2년 차까지 20%, 그 뒤로는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계약 내용을 세무당국에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세율이 40%로 올라가기 때문에 다운계약서를 쓰기도 어렵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선수나 FA를 영입할 때마다 발표 금액이 세후 기준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외국인 선수들 숙소 역시 구단 제공이 일반적이다. 한화는 지난해 로저스의 어머니 어깨 치료 비용까지 구단에서 부담했다. 일본 요미우리에서도 군침을 흘렸다는 로저스가 정말 정 때문에 한화와 재계약한 건 아닐 확률이 높은 이유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