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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광군제, 중국 IT굴기 부러워만 할 텐가

세계를 뒤흔든 광군제, 중국 IT굴기 부러워만 할 텐가

Posted November. 13, 201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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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독신자의 날)가 11일 단 하루 동안 912억 위안(약 16조 5000억 원)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그 다음주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까지 합친 매출액 4조 원의 4배가 넘는다. 이 행사를 주관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세계를 흔들자며 11월11일 전 세계는 중국 소비의 힘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그대로다.

180여 개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한 이번 이벤트에서는 세계 쇼핑 역사를 새로 쓸 기록이 속출했다. 거래의 68%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졌고, 12시간 만에 지난해 판매고 571억 위안을 넘어섰으며,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호주 유기농 분유 벨라미스는 씨가 말랐다. 하루 행사를 위해 170만 명의 택배인력과 화물비행기 200여 대, 차량 40만 대가 동원됐다니 관련 산업에 미친 영향도 대단할 것이다. 2009년 외로운 청춘을 위로한다면서 시작한 광군제가 전자화폐를 통한 모바일결제, 24시간내 중국 어디든 배송한다는 스마트물류네크워크시스템, 그리고 연예인을 동원한 마윈 회장의 대규모 마케팅과 50%이상 할인율에 몰려든 14억 중국 소비자의 힘에 의해 6년 만에 1800배 규모의 글로벌 쇼핑절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몰에 입점한 이랜드, 이마트, 한국산 화장품 등 한국 업체의 판매 실적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지만 지난달 114일 실시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떠올리면 초라해진다. 백화점 전통시장 편의점은 물론이고 온라인쇼핑몰까지 3만4000여 곳이 참여해 평소보다 매출이 늘고 침체된 국내 소비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한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를 하는 중국에선 민간 기업이 열 달 넘는 준비기간 동안 제조업체들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 할인 폭도 50%이상이었던 반면, 시장경제를 자부하는 한국에선 정부 주도로 행사가 마련됐고 할인율도 평소 세일 수준 밖에 안됐다.

한국이 철강 조선 같은 중후장대 산업뿐 아니라 이제는 전자상거래 같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유통서비스업에서도 중국에 밀리게 생겼다는 점을 광군제가 일깨워준다. 한국은 1990년대 전자상거래를 시작했지만 알리바바 같은 스타를 키우지 못했다. 알리바바의 혁신 아이콘인 모바일 결제는 다음카카오도 2012년 내놓았지만 정부 규제에 걸려 도입이 늦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인터넷 보급과 함께 5개년 발전계획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뒤늦게 올해 6월에야 전자상거래 강국 도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속도가 관건인 IT분야에서 언제 전자상거래 글로벌화를 이룰지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