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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만에 꽃핀 미얀마 민주화, 북도 따라야 할 모델 아닌가

53년 만에 꽃핀 미얀마 민주화, 북도 따라야 할 모델 아닌가

Posted November. 11, 20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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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53년간 계속된 군부독재 종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선출직 의석(491석)의 약 3분의 1이 개표된 가운데 아웅산 수치(70)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거의 전 지역에서 압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NLD 대변인은 어제 선거관리위원회가 속임수를 쓰려고 고의로 총선 결과 발표를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1990년엔 선거결과를 무효화했던 군부가 이번에도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이끈 수지 여사는 세계 역사에 남을 영웅으로 우뚝 섰다.

NLD의 승리는 미얀마 집권세력이 4년 전부터 위로부터의 혁명과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 나온 새로운 미얀마 모델에서 나왔다. 2011년 3월 취임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군부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수치 여사와의 비밀회담을 바탕으로 국가의 진로를 수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15년간 계속된 수지 여사의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수백 명의 정치범을 석방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해 제재 해제의 길도 열었다. 2012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미얀마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주요국들의 경쟁적인 투자로 미얀마는 세계 최빈국에서 동남아 경제성장의 진원지로 탈바꿈했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북한을 비롯한 독재정권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방문 당시 북한에 핵무기를 버리고 미얀마 모델을 따르라고 충고했다. 미얀마는 군부정권 당시 수장이었던 딴쉐 장군 족벌의 생존과 군부의 기득권을 일정부분 보장해주는 한편 테인 세인 대통령의 강한 개혁 의지, 수지 여자의 민주화 리더십이 있어 가능했다. 군부가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겠지만 미얀마는 체제전복 없이 평화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회생과 국리민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북한은 미얀마 모델조차 거부하고 계속 고립과 빈곤의 길을 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아웅산 테러 이후 29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뒤 협력을 강화해 민주화에 힘을 보탰다. 미얀마의 선거혁명을 계기삼아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2400만 북한 주민에게 미얀마 소식을 알려 시대적 조류인 민주화에 눈을 뜨게 하는 것도 같은 민족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수지는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지만 군부가 동의할 경우 개헌을 통해 꿈을 이룰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