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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 외식의 뿌리는 힐링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 외식의 뿌리는 힐링

Posted May. 16, 20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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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이래저래 가족이 모여 외식을 해야 할 이유가 많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그리고 부부의 날까지 있으니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관계를 다지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다. 식구끼리 모여 웃고 즐기며 맛있게 먹다 보면 친밀감도 더해지고 쌓인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다. 모처럼의 한 끼 외식으로 이른바 힐링(healing)이 된다. 레스토랑이 원래 그런 곳이다.

레스토랑(Restaurant)은 식사하는 장소다. 그런데 어원이 뜬금없다. 회복하다(restore)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프랑스어가 뿌리다. 어원만 놓고 보면 레스토랑은 맛있는 요리를 먹는 장소가 아니라 아픈 사람을 위한 음식을 파는 곳이다.

레스토랑이 이런 생뚱맞은 어원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최초의 레스토랑은 1765년에 문을 열었다. 불랑제(Boulanger)라는 사람이 지금의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부근에 식당을 열면서 몸이 아픈 사람이 먹으면 회복되는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외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사람은 주로 여행자들이었다. 주로 여관이나 식료품점에서 매식을 했는데, 이런 곳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이른바 힐링 푸드 전문점이라고 홍보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처음 진한 고기국물에 빵가루나 고기를 넣은 수프를 팔았다. 오랜 여행에 지쳐 기력이 떨어졌거나 아파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사람들이 진한 수프를 먹고 몸을 추스르곤 했다. 레스토랑이 기력을 회복하는 장소라는 어원을 갖게 된 까닭이다.

레스토랑이 외식 장소로 발전한 계기는 프랑스혁명이다. 혁명으로 귀족이 몰락하고 일부는 국외로 망명하자 실업자가 된 전속 요리사가 대중을 상대로 요리를 파는 식당을 열었다. 레스토랑이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면서 이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사교의 장소가 됐다.

말하자면 인생을 즐기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장소가 됐으니 회복하다란 뜻의 레스토랑 어원의 의미는 그대로 살아있다. 가정의 달, 사랑하는 가족과 친목을 다지고 입과 정신의 즐거움을 위해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 외식을 권하는 이유다.

밥을 함께 먹으면 분명 사이가 가까워진다. 생뚱맞지만 일상에서 쓰는 한자, 고향이라고 할 때의 시골 향()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향은 고대 갑골문에서 음식이 담긴 그릇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나눠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옛날 고향사람이 특별히 가깝게 느껴졌던 이유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매일 밥을 같이 먹으면 한솥밥을 먹게 되는 식구()로 발전하는 것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계를 돈독히 할 때는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가정의 달,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