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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치권, 아베의 돈다발에 의회연설 허용

미정치권, 아베의 돈다발에 의회연설 허용

Posted April. 21, 20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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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29일)을 앞두고 미 정치권이 일본 정부의 금품 로비 때문에 아베 총리의 연설을 무리하게 허용했다는 주장이 유력 언론매체에 실려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선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위해 직간접적인 로비를 벌여왔다고 여겼으나 정치권에 돈을 뿌렸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몬 핑글턴 씨(사진)는 19일(현지 시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실린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이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면서까지 일본 역사상 가장 해악스러운(most toxic) 총리에 아부하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핑글턴 씨는 지금 미 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돈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일본만큼 미 의회에 돈다발(greenbacks)을 살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베이너 의장이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결정한 이유는 바로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이 미국 정치를 후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법이지만 외국 기업이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미국 정치권에 돈을 넣을 수 있다며 주식회사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미 의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독특하게 자리매김돼 있다고 주장했다.

포브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편집장을 지낸 핑글턴 씨는 아베 총리에 대해 일본 총리로서 처음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특권을 받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래 의회 연설에 가장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등이 연설 초청을 받았는데 (아베 총리의 연설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의 가치가 추락됐다(debased)고 직격탄을 날렸다.

핑글턴 씨는 (과거사 이슈와 관련한) 아베 총리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사과 안 하기라며 아베 총리는 오웰리언(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체주의자라는 뜻) 같은 태도로 일제의 악행으로 고통을 겪은 아시아와 미국, 서유럽, 러시아의 수백만 명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위안부로 불리는 일본군 성노예를 일반적 매춘부로 묘사했지만 1940년대 초 네덜란드 여성들이 일본군의 성노예를 강요당했다고 증언한 것을 포함해 산더미 같은 증거가 있다며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조차 위안부 관련 증거를 부인하지 않는다. 이미 일본 지도자들이 공개 사과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194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핑글턴 씨는 지난 27년간 일본 도쿄를 거점으로 동아시아 경제문제에 관한 기사와 저술 활동을 펴왔으며 2004년 한국에서 발간된 제조업이 나라를 살린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이 임박해지면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하고 넘어갈 경우 만만찮은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