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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반기문 초청해도 핵 포기 없인 국제 고립 못 면한다

북, 반기문 초청해도 핵 포기 없인 국제 고립 못 면한다

Posted September. 29, 201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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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방북을 요청하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권력을 세습한 지 3년이 다 되도록 우방인 중국과도 정상회담 한 번 갖지 못한 김정은이 반 총장의 방북으로 외교적 고립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반 총장은 원칙적 의미에서 여건이 갖춰지면 방북도 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에서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데뷔시키는 들러리 역할만 하러 평양에 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북은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이수용 외무상을 파견했으나 김정은 체제 출범 후에도 상황 인식에 달라진 게 없음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 외무상의 대표연설에서 우리 자주권,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제거된다면 핵 문제는 풀릴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탓한 것은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미국은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때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핵무기로 위협하지도 않는다고 이미 약속했으나 몰래 핵을 개발해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자초한 쪽은 북한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6일 북이 최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징후와 관련해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북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은 우리 핵 억제력은 이미 초정밀화, 소형화 단계에 진입한 상태라고 위협하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의 경제건설과 인민상황 개선은 이룰 수 없다. 북의 참담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도 부쩍 커지고 있다.

꽉 막힌 남북 상황을 감안해 정부도 대북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에서 통일된 한반도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 북은 사흘째 극렬 반발하고 나섰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장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만큼 그와 병행해 남북관계를 인도적 분야 등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는 선이후난()의 정책적 융통성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금처럼 대화가 꽉 막힌 채 불신과 증오, 군사적 위기만 고조되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남북이 모두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