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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없는 구태 철수로는 안철수 미래 없다

감동 없는 구태 철수로는 안철수 미래 없다

Posted August. 02, 2014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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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눈가에는 눈물이 비쳤다.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힌 직후였다. 회의를 마치고 나올 때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짧게 말한 뒤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제1야당을 이끈 정치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는 이렇게 허망하게 간판을 내렸다.

올 3월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제3의 통합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한 순간부터 참패의 씨앗은 잉태됐다. 양당의 통합은 오로지 지방선거 판도를 새누리당과의 양자 구도로 바꾸려는 정략적 판단의 산물이었다. 무원칙 무철학 무비전의 야합()으로 새 정치가 아니라 헌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적 고비마다 간만 보다 결국엔 철수()했다. 서울시장, 대선후보, 신당창당, 기초선거 무공천, 동작을 공천까지 무려 다섯 번이다. 이렇게 해도 새 정치요, 저렇게 해도 새 정치니 국민을 향해 따라오라는 오만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재보선 전략공천 과정에서 구태정치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광주 광산을에 천정배 전 의원을 배제하고, 권은희 후보를 꽂음으로써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권은희만 살고 다 죽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구태는 정의당과의 명분 없는 후보 단일화로 재현됐다. 결국 제1야당 대표로서 확고한 정치력도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한 채 좌초한 것이다. 그가 현실정치에 뛰어든 순간부터 허상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김종인 윤여준 최장집과 같은 멘토 그룹이 줄줄이 떠났다. 정치편력이 어지러운 윤여준 씨는 안 대표가 임기를 채웠다면 정치 밑천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철수한 그가 20개월 뒤의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기성정치의 불신에 편승했지만 애당초 새정치를 실천할 정치철학도 의지도 빈곤했다. 그러다보니 걸핏하면 물러서는 철수 정치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 다음 기회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