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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혁신은 부패한 사회지도층 개혁부터

Posted July. 29, 20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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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전문가 100명과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대혁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국민은 사회 지도층의 리더십을 낙제점으로 평가했고 지도층의 전문성도 민간 부문보다 낮다고 여겼다. 법은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줄고, 사회 지도층의 준법정신이 일반 국민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은 가장 밑바닥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기본이 무너져 생긴 것이다. 잇속만 챙기느라 생명은 뒷전이었고, 속도전에 매몰돼 근본을 무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과거에 쌓여온 적폐를 다 도려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가 대 개조를 외치며 처음 단행한 개각에서 논문표절 음주운전 등 공직자로서의 자격조차 의심스러운 장관 후보들을 줄줄이 내놓아 국민을 참담하게 했다. 공직 경력을 밑천으로 변호사를 하면서 5개월에 16억원 버는 것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월호 이후는 세월호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비극은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않은 기업, 이를 눈감아준 공무원 및 관()피아의 합작품이었다. 국민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뿌리 깊은 부패를 꼽았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지연 학연으로 끼리끼리 어울려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행을 뿌리 뽑지 않으면 국가 개혁은 요원하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었다.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부터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총리는 친구였던 국가개발부 장관의 뇌물사건을 엄단해 예외가 없음을 보여줬다.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에 오른 것은 국가적 부패 척결의 결과물이다.

국민은 국가혁신이 필요한 이유로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꼽았다. 본래 경제 경영에 뿌리를 둔 혁신(innovation)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경제성장보다 공정과 안전을 선택했다. 국민은 이제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발전, 하드웨어적 팽창에서 소프트웨어 향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 고전에 부위정경(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이란 말이 있다. 위기는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 우리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주 청와대에서 국정을 구상하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한다고 한다. 휴가기간 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은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내다보며 올바른 좌표를 찾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