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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총리 후보자로 어떨까요

Posted June. 27, 20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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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이 있던 그제(24일)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은 원로 언론인 두 분과 점심식사를 했다. 한 분의 정년퇴임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화제는 단연 문 후보자였다. 문 후보자와 정치부 초년병 기자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는 선배 언론인에게 문 후보자가 어떤 분이냐고 물었더니 나름 소신 있고 담백한 사람이라면서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런데 KBS 동영상이 보도된 후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 그답지 않다고 느꼈다. 청와대에서 요청하지 않았을까. 사퇴 회견에서도 왜 갑자기 DJ의 옥중서신과 자신의 신앙관을 비교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북출신인 실향민 문 후보자는 정치부 기자 시절 생래적으로 DJ를 싫어했다. 중견 언론인들 모임인 관훈클럽에서 DJ 초청 인터뷰를 했을 때에도 이념적으로 날카롭게 공격해 상대를 곤혹스럽게 했던 적이 있다.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야권은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과 이념적으로 정면 대결을 선포한 것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의도로 지명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 후보자를 누가 추천했을까요.

처음에는 대통령원로그룹 자문회의였던 소위 7인회 멤버 중 문 후보자의 고교 선배가 있어 그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7인회 김용갑 전 의원도 우리는 아무도 추천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나. 그야말로 깜깜이 인사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의 인연, 비선 라인 등 설만 무성합니다.

문 후보자가 지난번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김 실장의 추천이라고 생각했었다. 박정희 기념사업회에서도 같이 일했으니 서로는 잘 알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사 시스템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다른 언론인의 말이다.

옛날에는 국가정보원 직원, 청와대 비서관들이 두루 평판을 물어보고 인사권자에게 그런 의견을 전하기도 하는 비공식적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다. 심지어 소통령 소리를 들으며 전횡을 일삼던 YS 아들 김현철 씨조차도 선거가 끝나면 각계 인사를 폭넓게 만나 대통령에게 시중 민심을 전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벌어지고 있기나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차기 총리는 어떤 사람이 바람직할까. 두 분 모두 세간의 여론처럼 아무래도 정치인 출신이 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데 동의했다. 단, 자기 정치를 할 사람은 적절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었다.

총리는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만 혼란스럽고 국정 불안이 우려된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면 조순형 전 의원 정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 원로에다 야권 인사이고 무엇보다 사심이 없어 자기 정치를 할 사람은 아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만큼 장관들이나 정치인들에게도 할 말을 하고 군기도 단단히 잡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때에도 예의에 벗어날 사람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며칠 전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인터뷰했을 때 그가 툭 던진 한마디가 떠올랐다. 박 대통령은 본인이 아쉽지 않은 한 절대 전화하지 않는 분이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아쉬울 때다. 김기춘 비서실장만 감싸지 말고 많은 사람에게 전화도 하고 도와달라고 손도 내밀어야 할 시점이다. 점심을 마치고 여야 정치인, 대학교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조순형 카드를 여쭸더니 대부분 환영이라며 호의적이었다. 기자의 의견도 같다. 참고로 조 전 의원과는 인터뷰 한 번 해본 인연이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