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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땐 북정권 완전 죽어버릴 것

Posted June. 12, 201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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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19232010) 전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강의 녹취록 황장엽의 인간 중심 철학(더북스, 전 2권사진)이 출간됐다.

이 책은 황 전 비서가 2004년부터 사망하기 나흘 전까지 7년간 매주 한 번씩 진행한 인간중심 철학교실 강의의 주요 내용을 추린 것이다. 황 전 비서가 상임고문을 맡았던 민주주의 이념연구회 강태욱 상임회장이 강의 녹취 테이프 180여 개를 글로 풀었다.

책에는 황 전 비서가 자신이 정립한 인간 중심 철학의 주요 내용을 비롯해 마르크스주의와 북한 체제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겼다. 주체사상의 설계자로 알려진 그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1인 독재 도구라며 비판한 내용도 나온다. 그는 민주주의의 개인적 속성(자유)과 집단적 속성(평등)을 조화시키는 것이 인류 발전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황 전 비서는 수강생과의 문답 과정에서 북한 현실과 남북 관계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노동당 군수 담당 비서가 좋은 권총을 김정일에게 바치며 개를 (상대로) 실험해 봤는데 성능이 아주 좋았다고 말하자, 김정일이 왜 개를 실험했는가. 정치범들이 많은데 정치범을 가지고 실험하지라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북한의 지배 엘리트인 총리와 당 비서조차 빨리 개혁, 개방해야겠는데 야단이다라고 하면서도 김정일에게 직언하지 못하고 그저 망하면 같이 망해야지요 하고 체념하는 모습을 회고한 내용도 있다.

이 책에는 남북 관계의 해법과 대북 전략에 대한 조언도 실려 있다. 황 전 비서는 북한을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중국과 우리(남한)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이러면 누워 있는 김정일 정권이 완전히 죽어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 핵무기나 미사일의 실제 사용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핵 개발의 진짜 목적은 (남한 내에) 전쟁 공포증을 갖게 해 김정일에게 평화를 구걸하게 만들어 (남한 내) 좌파 정권의 군중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에 대해서는 (남한에) 미국 군대가 있는 한 미사일이 100만 개가 있어도 쏠 수 없다면서도 서해 해전 같은 국지적 도발 가능성은 늘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책을 엮은 강태욱 회장은 11일 출간기념회에서 그간 김일성, 김정일 수령의 1인 독재 사상으로 날조된 주체사상의 설계자로 매도, 폄하된 황 선생님의 인간 중심 철학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