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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 아니라 동해다케시마 아니라 독도!"

"일본해 아니라 동해다케시마 아니라 독도!"

Posted March. 08, 201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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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머리 외신기자라고 해서 모두 미국 기자는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러시아 국영신문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서울지국장 알렉 키리야노프 씨(41)는 유창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키리야노프 씨는 서울 토박이만큼이나 한국 전문가다. 러시아 명문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어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러시아 외교부 근무를 거쳐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이 신문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2012년부터 러시아 총영사관이 있는 부산에서 두 번째 한국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 체류기간을 합치면 올해로 10년째가 된다.

대부분의 외신 특파원이 한국말조차 익히지 못한 채 서울에 부임하는 것에 비하면 그는 준비된 외신기자다. 유력 외신들이 일본 도쿄()에 특파원을 두고 한국을 취재하도록 하는 것과 반대로 그는 한국에 머물며 일본까지 담당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중국 근무를 권했지만 그가 고집해 한국 재부임을 성사시켰다.

키리야노프 씨는 9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 마침 이뤄진 한소 수교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전공을 택했고, 기자가 된 이후에는 한국의 역동성에 끌려 계속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단 하루도 심심할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 관련 기사를 쓸 때 동해를 먼저 쓴다. 필요하면 괄호 안에 일본해라고 병기한다. 독도를 쓸 때도 다케시마보다 독도가 우선이다. 한국을 제대로 알고 기사를 쓰는 외신기자가 왜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보도 주제도 북한 문제뿐 아니라 강릉단오제 등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외신으로서 한국의 취재환경이 어떠냐고 묻자 키리야노프 씨는 외신이라서 특별히 불편할 건 없는데 한국 사람들이 외신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 가운데 하나라도 이름을 아는 한국 사람이 드문 데다 노랑머리 기자는 모두 미국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또 러시아=친북이라는 고정관념도 버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러시아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북한보다 한국을 더 가깝게 생각한다며 기사를 쓸 때도 친한, 친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 준()전문가가 된 키리야노프 씨는 정식 전문가가 되기 위해 현재 모스크바대에서 북한 경제를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