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푸틴의 겨울올림픽, 푸틴의 우크라이나

Posted February. 25, 2014 04:42,   

ENGLISH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주목 받은 정치지도자는 주최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그는 올림픽 사상 최대인 510억 달러(약 54조원)를 들인 스포츠 축제를 통해 새롭고 강한 러시아를 세계에 보여주려 했다. 그의 희망대로 러시아는 금 13, 은 11, 동 9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푸틴의, 푸틴에 의한, 푸틴을 위한 올림픽이었다는 풍자까지 나오는 판이다. 국제사회는 올림픽 폐막 후에도 그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올림픽이 끝나 숨을 돌린 그가 유혈 참극이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 소련 붕괴 후 독립했지만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드네프르 강을 경계로 서방과 가까운 서부와 러시아와 가까운 동부가 갈등과 반목을 거듭했다. 두 지역은 언어와 종교도 다르다. 지정학적 요충으로 곡물과 자원이 풍부하지만 지도층의 부패와 무능으로 경제는 채무불이행 직전 상황이다. 자칫하면 내전으로 옛 유고 연방처럼 나라가 분열될 수도 있다.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이 영토의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건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다.

작년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와의 자유무역협정을 돌연 거부하고 러시아에서 150억 달러의 경제 지원을 받기로 한 데 반발해 일어난 반()정부 시위는 지난 주말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의회는 최근 80여 명을 숨지게 한 발포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을 탄핵했고, 옥중에 있던 율리야 티모센코 전 총리를 석방했다. 10년 전 야누코비치의 대선 부정을 따지며 무혈 오렌지 혁명을 주도했던 티모센코는 감옥에서 풀려나자마자 여러분이 우크라이나의 암적 존재를 제거했다고 선언했다. 야누코비치는 검거를 피해 지지 기반인 동부로 피신했으나 여당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처지다.

우크라이나의 앞날은 5월 조기 대선에서 결정되겠지만 러시아의 개입 여부가 변수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 함대를 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결속 강화를 자국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할 개연성이 크다. 러시아는 2008년에도 자국 시민권자 보호를 구실로 인접국인 그루지야를 침공했다. 푸틴 대통령이 과거 연방국에 대한 영향력 복원을 노려 악수를 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겨울올림픽을 통해 보여준 대러시아의 야망을 우크라이나로 연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